"빚 1745억 병원 잘못…일방적 폐원 안 돼" 서울백병원 노동자들 외쳤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6.19 17:58
19일 서울 중구의 서울백병원 1층 로비 안. 환자들로 북적대던 과거와 달리 빈 자리가 많고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인제대 서울백병원의 '생사' 여부가 내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근로자들이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을 철회하라"며 강력히 저지할 것임을 선언했다.

1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백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일 이사회에 예정된 서울백병원 폐원 안건 상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백병원은 82년 전인 1941년 외과 의사 백인제(1899~납북) 박사가 개원한 백인제외과병원에서 출발했다. 그는 1946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백병원을 설립했다. 이곳은 1975년 당시 서울 도심의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현재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이곳은 그간 이 지역 주민을 비롯한 서울시민의 건강·생명을 책임져왔다. 하지만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팀에 따르면 이곳은 2004년 사상 처음으로 적자(73억원)를 낸 후 올해까지 '누적 적자 1745억원'을 기록하며 빚더미에 나앉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1층 주사실 옆에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한다는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의 글이 붙어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지만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재단과 병원 측은 누적적자 1745억원을 기록했다며 폐원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실제 의료수익과 의료 외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역할하면서 손실보상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학교법인이 서울백병원 정상화를 위해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런 엄청난 적자를 낸 건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재단과 병원 경영진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발족한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엔 서울백병원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합류했다. 이 위원회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예정된 이사회에 서울백병원 폐원 안건 상정을 당장 철회할 것 △서울백병원이 진짜 적자를 낸 원인이 뭔지 경영컨설팅 결과 및 경영상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 △서울시·중구청·국회의원 등이 모두 나서 서울 도심의 의료공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은 2004년 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 경영정상화 TF팀을 만들어 인력과 병상 수를 감축하며 '입원'보다는 '외래'에 치중한 병원으로 탈바꿈해왔다. 실제로 병상 수는 기존 350병상에서 2017년 276병상으로 줄어들었고, 매년 병상을 더 빼 올해는 병상 수가 122개에 불과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서울 중구의 서울백병원 앞에서 "재단과 병원 측은 경영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내일 예고된 폐원 상정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사진=정심교 기자
인제대 서울백병원의 형제병원은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네 곳이 있다.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팀 관계자 A씨는 "내부적으로 오는 8월 말, 폐원을 사실상 확정한 상황"이라고 밝힌 상태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지부장은 "내일(20일) 폐원 안건이 상정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결정 난 것 없으니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자고 공지한 상태"라며 "오늘 조합원 총회를 열어 향후 로드맵을 어떻게 짤지 구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서울백병원에 몸담은 근로자는 약 300명이며, 전체 백병원 소속은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을 제외하면 적자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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