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희토류 광산, 韓기업과 공동개발…PGMPI-BEP 손잡아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3.06.20 11:22

안토니오 팔라데 PGMPI 최고경영자 부산에쿼티파트너스(BEP) 사업논의 위해 방한

안토니오 팔라데 PGMPI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희토류 등 광물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필리핀과 한국의 자원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필리핀은 세계 10대 광물 생산 잠재력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은 2대 광물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그동안은 자본과 기술은 물론 자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개발이 미진했는데 니켈, 코발트 같은 2차전지 소재 뿐 아니라 친환경 희귀금속인 로듐과 팔라듐 매장량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현재는 민간기업 중심으로 협력논의가 이뤄지는 중인데 양국 정부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필리핀 군인 시절 포착한 무허가 광산 개발…새로운 기회가 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안토니오 팔라데 Philippine General Minerals Project, Inc (이하 PGMPI) CEO(최고경영자, 이하 대표)는 부산에쿼티파트너스(BEP)와 전략적파트너십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체결식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주한 필리핀 대사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PGMPI는 2019년 10월 희귀광물 개발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으로 설립됐다. 현재는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으며 경영을 맡고 있는 안토니오 대표는 필리핀 군대 최고위 장성 출신으로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필리핀 내 최고위 인사다.

한국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필리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매장자원을 자랑한다. 단위지역당 매장량은 금이 세계 3위, 구리 4위, 니켈 5위, 크롬 6위로 평가되며 필리핀 국토의 30%에 해당하는 900만㏊ 부지가 주요 구리, 금, 니켈, 크롬 등의 산지로 꼽힌다. 필리핀 정부는 광물자원 매장 가치를 최소 1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희토류는 단순한 원재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광물 자원을 무기화해 외교 수단으로 삼았고 희토류의 채굴·선광·제련과 관련된 기술을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광물 자원 확보와 개발이 단순한 수익 사업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다.

반면 개발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광산개발 승인이 내려진 지대는 필리핀 전체 국토면적의 3% 남짓이다.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 난개발을 우려했고 자본이나 기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2차전지에 쓰이는 광물 수요가 급증해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필리핀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자본·기술의 협력…연간 1조원 매출 노린다


필리핀 루존의 Masbate 섬 Filminerea 광산. /사진제공=PGMPI

과거 난개발이 이뤄졌던 폐광에서 붕괴, 유해물질 유출, 인명피해 및 지역오염 같은 부작용이 생기며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던 시점에 때 마침 진행된 폐광 및 서쪽해안 지역 조사에서는 고부가가치 광물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체계적인 자원개발을 추진하려는 중인데 국영기업시절 관련 업무를 준비했던 PGMPI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대표는 본지와 만나 "그동안 필리핀은 무허가 광산 개발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광물 자원 불법 밀반출로 경제적 손해도 있었고 환경 파괴로 자연재해 피해를 입기도 했다"며 "앞으로 PGMPI는 필리핀 정부 및 각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전략 자원인 백금족금속(PGMs) 및 희토류원소(REEs)를 채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허가 토양채취와 난개발 광산개발 때문에 PGMPI가 국영기업으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필리핀 해안 국경 인근에서 희토류 채굴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토양이 상당했다. 자연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파헤친 3200여개의 폐광 인근에서 산사태, 홍수 같은 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안토니오 대표는 "그동안 필리핀 정부는 재원과 기술의 부족 등으로 희토류 매장량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 빈틈을 노린 무허가 개발업자들이 필리핀 전역에서 무허가로 광산을 파헤쳐 환경을 파괴했고 전체 생산 광물의 95% 이상이 관청에 미신고로 밀반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1개 광구에서 은, 백금, 팔라듐, 금, 로듐 등 연간 1조원 광물생산 가능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필리핀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며 2019년 10월 국영 기업으로 PGMPI가 설립됐다. 당시 필리핀 국책은행에서 PGMPI에 3억5000만페소(약 80억원) 지원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업이 지체되면서 안토니오 대표는 NTF ELCAC(공산주의 무장충돌 종식을 위한 국가특별위원회) 대변인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PGMPI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필리핀 정부 자원개발을 PGMPI와 함께하는 민관합동사업(Pubilc-Private Partnership, PPP)으로 전환했고, 해외 자본유치와 광구개발 및 기술이전을 물색하던 중 한국 자산운용사 부산에쿼티파트너스(BEP)를 파트너로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략적 제휴가 진행되게 됐다.

PGMPI는 올해부터 투자금을 바탕으로 시설을 갖추고 희토류와 백금족금속을 채굴·제련할 예정이다. 우선 중앙 정부가 소유한 20개의 광산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안토니오 대표는 "그동안 필리핀 내 광산 개발 업체들이 금이나 은만 채굴했기 때문에 폐광에 희토류나 백금족금속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PGMPI는 기존 채굴업체가 철수한 폐광지역에서 희귀 광물을 친환경적 방식으로 채굴하며 환경 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재건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PGMPI가 매장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의 N지역 제1광구에서 생산 가능한 정제금속 종류는 은, 백금, 팔라듐, 금, 로듐 등이며 연간 1조원(한화)가량의 매출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토니오 대표는 "필리핀 법상 모든 광물은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광업에 대한 채취 허가를 받아도 판매 후에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눠야 한다"며 "중앙 정부와 각 부처의 장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매출 배분 비율을 결정하려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산에쿼티파트너스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장기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세계적인 기업에 희토류 개발 사업과 관련한 컨설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토니오 대표는 "PGMPI가 개발하려는 광산의 매장량 분석은 터키와 필리핀 업체를 통해서 검증했고 영국 유전개발업체인 존우드그룹에도 사업과 관련해 컨설팅을 맡긴 상태"라며 "희토류 관련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서 공인된 기준이 없다보니 프로젝트 모델링, 사업 타당성과 운영 방안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한국과 필리핀 수교가 75주년을 맞는다"며 "꼭 광물 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서 국방, 통신 등 여러 제도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필리핀으로 도입하고 싶고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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