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에게 '디 아이돌'은 할리우드 접수 위한 빅픽처의 시작점?

머니투데이 이설(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3.06.19 09:58
제니, 사진=HBO '디 아이돌' 스틸


‘과연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는 지난 5월 제76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가 혹평을 들었다. 그가 출연한 HBO의 새 시리즈 ‘디 아이돌(The Idol)’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영화제 출품작을 리뷰해온 매체들의 비평은 매우 혹독했다.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리벤지 포르노 사진, 얼음을 이용한 음란 행위, 나이트클럽을 가진 사기꾼, 사악한 할리우드 아첨꾼들이 논란이 되는 에피소드를 꽉 채웠다"고 비꼬았다. 롤링스톤은 "소문보다 더 나쁘다. 끔찍하고 잔인하다. 예상보다 더 최악"이라고 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음란한 남성 판타지"라고 비난했다. 제니를 비롯해 위켄드, 트로이 시반 등 월드 팝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치곤 너무 야박한 평가 같았다. 그러나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중시하는 영화제의 성격상 어찌 보면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 11일 ‘디 아이돌’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된 뒤에도 혹평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엔 노출 수위는 물론 배우들의 ‘19금’ 대사가 문제로 지적됐다. 노골적이고 거친 성적 대화, 남녀 주인공의 자극적인 정사 장면 등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니가 굳이 왜 이걸 했는지, ‘재능 낭비’는 아닌지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디 아이돌’은 인기 여성 팝 아이돌을 둘러싼 음악 산업의 명암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위켄드가 제작과 주연을 맡고, 성적 표현 수위가 높았던 ‘유포리아(Euphoria)’를 만든 샘 레빈슨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조니 뎁의 딸인 릴리 로즈 뎁이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느낌의 주인공 여가수 조슬린을, 제니는 조슬린의 백업 댄서인 다이앤을 연기했다. 캐스팅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름값에 비해 악평이 뒤따르고 있다. 포르노처럼 선정적이고 남성적 시각의 클리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위켄드가 ‘자기중심적 스타병’을 드러내 주위를 힘들게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서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셈이 됐다.


사진=HBO '디 아이돌' 스틸


그래서일까. 급기야 제니는 한창 진행 중이던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 호주 공연을 일부 불참했다. ‘디 아이돌’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되던 11일 ‘본 핑크’ 멜버른 공연 도중 컨디션 난조로 먼저 자리를 떴다. 아티스트가 공연 중에 무대를 먼저 비우는 건 ‘사고’에 가깝다. 이에 제니는 13일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요일 공연을 끝까지 하지 못해 미안하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멜버른 콘서트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제니가 끝까지 공연을 강행할 의지를 보였으나 의료진의 권고를 받아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쌓인 탓으로 추정된다. 첫 연기 도전이고 칸까지 진출했으며 작품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거의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니 심리적인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일부 언론의 가혹한 평가는 연기 도전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난과 혹평이 제니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과 전망에 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신랄한 댓글 공격에 위축될 수도 있으나 그건 잠시일 뿐이다. 오히려 제니의 활동 영역이 더 확장될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제니는 ‘디 아이돌’에서 주연배우가 아니다. 배역이나 출연 분량이 릴리 로즈 뎁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은 가히 최고다. 뎁보다 더 주목받고 있고 더 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혹평은 제니 개인을 향한 게 아니라 대체로 작품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작품이 선정적인 게 제니 탓은 아니다. 적어도 제니의 연기에 관한 비난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1편 공개 이후 ‘디 아이돌’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HBO TV쇼 부문 1위를 줄곧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정보 사이트 IMDB 차트도 1위다. 해외 평단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제니를 지목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약 91만3000명이 ‘디 아이돌’ 첫 회에 채널을 맞췄고 첫 주에 시청자 수 360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스트리밍의 큰 인기는 의심할 바 없이 팝스타 조슬린의 백업 댄서 다이앤을 연기한 블랙핑크의 제니로 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HBO '디 아이돌' 포스터


또한 선정성이 꼭 작품의 완성도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레빈슨 감독의 전작인 ‘유포리아’도 2019년 처음 소개될 때는 선정성이 심각한 이슈였다. 방황하는 미국 고교 10대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마약, 섹스, 범죄 등을 소재로 다뤄 논란을 낳았다. 남녀배우의 중요 부위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10대들이 마약으로 일탈하는 것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묘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주인공 젠데이아가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레빈슨 감독도 이 작품으로 미국감독조합상을 수상했다. 트로피가 작품의 흠결을 완전히 가려줄 수는 없겠으나 작품 안에는 선정성 이외에도 눈여결볼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2회까지만 방송됐으니 전체적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선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제니가 향후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니가 할리우드 마블의 ‘팀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Team Agents of Atlas)’에 캐스팅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마블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이는 시간의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동양적이면서도 성숙한 외모, 블랙핑크에 기반한 탄탄한 팬덤, 게다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데 할리우드가 가만히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월드투어 일정이 조정되고 여건만 성숙된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디 아이돌'이 할리우드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제니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될 전망이다.


제니에 쏠린 대중의 관심과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블랙핑크의 인기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젠 방탄소년단(BTS)에 버금가는 걸그룹으로서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최근까지 호주, 뉴질랜드 공연을 매진시켰고, 오는 7∼8월엔 영국과 미국 공연을 펼친다. 7월 2일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5만 석), 15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프랑스(8만 석), 8월 11∼12일 미국 뉴저지 이스트 러더포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8만2500석), 1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의 알레지언트 스타디움(6만5000석),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4만5000석),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5만6000석) 등이다. 소위 객석 수 4만∼5만 석 이상의 ‘스타디움’급 무대들이다. BTS가 전혀 부럽지 않은 규모다.


패션계도 평정했다. 블랙핑크 4명의 멤버는 각 샤넬, 디올, 생로랑,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제니는 샤넬의 뮤즈다. ‘인간 샤넬’로 불리며 최고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니에 대한 논란과 혹평은 곧 뒤따라올 박수와 찬사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제니는 이미 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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