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치열했던 주말 3연전 잠실 라이벌전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LG의 2승 1패 위닝시리즈. 16일 열린 3연전 중 첫 경기에서는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질 정도로 뜨거운 승부였다.
그래도 잠시나마 모두의 가슴을 따듯하게 녹였던 훈훈한 순간이 있었으니, 17일 잠실구장. 두산의 3회말 공격. 2사 2루 기회에서 타석에 양의지가 들어섰다. 볼카운트는 2-2. LG 선발 켈리의 7구째 커브(132km)가 바운드되며 포수 허도환을 향했다. 그런데 공이 하필 허도환의 목 쪽 보호 장비 아래로 파고들며 목을 그대로 때리고 말았다. 허도환은 공을 재차 쥐며 2루 주자의 움직임을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자칫 호흡을 제때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결과적으로 김선수 심판과 양의지의 동업자 정신이 빛난 순간이었다. 1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양의지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양의지는 구단을 통해 "처음에는 단순한 바운드 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허)도환이 형이 몸이 굳은 상태로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너무 놀랐지만, 순간적으로 군대에서 배운 게 떠올랐다. (김선수) 주심이 바로 몸을 뒤집어서 포수 장비를 풀었고, 나도 압박이 될 것 같은 (바지) 벨트를 풀었다. 경기 후 도환이 형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무쪼록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8일 경기가 끝난 뒤 잠실구장에서 허도환을 만날 수 있었다. "괜찮냐"는 물음에 허도환은 자신의 목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투구를 맞은 목은 시커멓게 큰 멍이 들어 있었다.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상처였다. 허도환은 "목 쪽에 맞은 뒤 숨이 안 쉬어지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다. 어제 경기 끝나자마자 (양)의지한테 연락을 취해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긴박했던 순간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던 심판위원과 상대 팀 선수.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잊지 않고 고맙다는 뜻을 전한 허도환.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영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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