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반도체 전쟁, 우리는 어디에 베팅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 2023.06.19 05:30
#'1조1000억달러'(약 1430조원).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기록한 시가총액이다. 반도체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뉴욕증시에서 시총이 1조달러 넘는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뿐이다.

시총 1조달러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엔비디아 주식 전체를 팔면 삼성전자(429조원)를 비롯해 SK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시총 상위 50개 기업(시총 합계 1451조원)을 모두 살 수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서만 무려 192% 치솟았다. 전 세계적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면서다. 2000년대까지 엔비디아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지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사실 변방기업이나 다름없었다.

엔비디아는 1999년 '세계 최초 GPU(그래픽처리장치()'라는 이름을 붙인 '지포스 256'을 선보였다. GPU는 애초 게임의 그래픽과 영상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GPU는 AI모델 구축을 위한 학습에 필수 반도체가 됐다. 실제로 오픈AI의 대화형 AI 챗봇 '챗GPT' 학습에는 1만개의 엔비디아 GPU가 사용됐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GPU 시장의 80%를 차지한다고 추산한다. AI 열풍이 식지 않는 이상 엔비디아의 질주도 계속될 전망이다.

#'-4조5800억원.'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기록한 영업손실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이 분기적자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메모리반도체 수요감소, 재고증가, 가격하락으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전사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비록 주가는 연초 대비 29% 올랐지만 삼성전자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설상가상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헤게모니 싸움으로 한국 반도체기업의 고민이 깊다. 자칫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게 아니라 목숨마저 위협받을 수도 있어서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반도체굴기에 나섰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며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시장이다. 2019년 기준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교역규모는 810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한다. 반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여전히 주요 반도체 핵심기술과 장비부품의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쥐락펴락한다.

미중의 갈등이 워낙 첨예하다 보니 양자택일 이외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끈 전문가들의 답은 단호하다.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에서 미국과 연대와 협력이 '사활의 문제'라면 중국은 '이해득실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미일 반도체협정' 등 미국의 견제가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반도체의 몰락을 가져온 주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체제에서 차세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갖춘다면 중국에서 발생할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반드시 열릴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사생결단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한국의 기술경쟁력이 그만큼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 기술경쟁력 유지에 살길이 있다. 규제철폐, 인력양성, 연구·개발 등에서 정부의 '그림자 같은' 도우미 역할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베팅해야 할 대상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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