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은 대도시' 1900년 부다페스트..헝가리의 다른 단면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23.06.15 18:21

역사학자 루카스의 역사지리서 '부다페스트 1900'..'헝가리서 박사학위' 숭실대 김지영 교수가 옮겨

사진제공=글항아리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멀지만 낯설지 않은 도시다. 냉전시절 한때는 동구권이라고 불린 중부 유럽의 복판에 위치해 있지만 헝가리 민족(몽골계라는 마자르인)과 아시아의 인종적 유사함으로도 알려져 있다. 1990년대 한국과 동구권 최초의 수교국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한국이 헝가리내 직접투자 1위국으로 부상했을 정도다.

한세기 이상 시계를 돌린 20세기 초 헝가리의 수도를 다룬 '부다페스트 1900'(글항아리 펴냄, 존 루카스 지음)은 헝가리 역사의 최절정기인 1900년을 단면으로 잘라내 쓴 회고록이자 역사지리서다. 부다페스트 태생이면서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역사학자로서 연구한 루카스는 1900년을 기점으로 도시 부다페스트의 물리적·물질적 상황, 사람, 정치, 예술과 지적 삶의 궤적을 두루 언급한다.

1900년 전후 부다페스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햇빛 찬란한 정오의 도시였고 빈과 쌍둥이 형제 도시로 유럽에서 가장 젊은 대도시였다. 25년 동안 인구는 세 배, 건물은 두 배로 늘어났을 정도다.

인구가 늘어나는 외형 확장 외에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민족적 구성원도 다양해지면서 변방이 아닌 또다른 문화 중심지로 거듭났다. 작곡가 바르톡, 코다이, 철학자 루카치 등 국제적 명성을 떨친 이들의 활동시기와도 겹쳐진다. 헝가리 출신 노벨상 수상자 여섯명 중 다섯명이 1875년부터 1905년 사이에 태어났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부다페스트 건축물과 예술 작품에 관한 상세한 묘사, 활기차면서도 쓸쓸한 거리 풍경, 도시의 국제적이고 세련된 감각 등이 당시의 사진과 저자의 문체 속에 녹아들어있다.

헝가리, 특히 부다페스트가 연인이 일요일에 죽어서 늘 일요일만 되면 슬퍼져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는 내용의 노래 '글루미 선데이'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저항의 상징 1956년 헝가리 혁명(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으로 알려져 있다)의 배경 정도로만 기억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몇년내 국내에서는 헝가리 현지 유람선 침몰과 한국 관광객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저출생 극복의 사례로도 알려져 있긴 하다.

역자인 김지영 숭실대 교수(헝가리 외트베시로란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 취득)는 "부다페스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질적 주체들이 모여 인위적, 계획적으로 건설한 거대도시였기 때문에 여러 삶의 양식이 나타났다"며 "19세기 말 20세기 초 부다페스트는 경제.문화 분야의 소통과 교류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 과정에서 후발 도시들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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