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기우라는 게 업계 관계자, 전문가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미 국내, 유럽, 일본 등지에서 각 국가 충전 규격에 맞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테슬라가 고민거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성명을 통해 "NACS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미래에도 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스텔란티스의 NACS 채택도 시간 문제라고 본다. 스텔란티스도 NACS 도입을 선언하면 GM(제너럴모터스), 포드를 비롯해 미국 전통의 3대 완성차 기업 모두 테슬라의 영향권에 속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 대부분 전기차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CCS 충전 방식은 미국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CCS는 폭스바겐그룹, 현대차그룹 등 세계 3위권 완성차 기업을 비롯해 대다수 전기차 제조사가 사용 중인 충전 규격이다.
테슬라·포드·GM의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테슬라의 급속 충전소인 수퍼차저는 미국과 캐나다의 전체 급속 충전기 수량의 60%에 달한다. 내년에 7500개가 추가로 늘어날 예정인데, 미국 소비자가 향후 충전 때문에라도 테슬라·GM·포드 등 미국산 차를 선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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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SK시그넷, 이미 현지 규격 맞춰 제품 판매 중…전문가들 "NACS, 큰 문제 아냐"━
이미 현대차그룹은 국내, 유럽, 일본 등 국가별 규격에 맞춰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아이오닉5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와 유럽에선 350kW급 초급속 충전과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 등과 함께 V2L 기능을 핵심 사양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유럽·미국은 빠른 충전에 좀 더 초점을 맞춰 홍보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일본에선 아이오닉5의 핵심 사양을 V2L로 내세운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역 특성도 반영했다.
초급속 충전기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SK시그넷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시그넷도 이미 현지 규격에 맞춰 유럽에선 200kW 이상 초급속 충전기, 일본은 50kW 이상 급속 충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SK시그넷은 이날 자사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올해 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시그넷 관계자는 "NACS 방식의 충전은 기존 CCS기반 SK시그넷의 초급속 충전기에 적용된 통신·제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큰 어려움 없이 빠른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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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할 일 많아진 테슬라…"앞으로 충전 전쟁 벌어질 수도"━
또 테슬라 차주들 입장에선 그동안 독자적으로 사용했던 수퍼차저 충전망이 타 브랜드에 개방돼 차후 '충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NACS가 미국 표준이 되면, 테슬라 차주들이 독점적으로 이용했던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퍼차저만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며 "다만 사업 모델 측면에서 테슬라가 충전료와 더불어 옥외 광고라던지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할 순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나와있는 전기차들은 물론 앞으로 당분간 나올 차도 CCS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 충전 규격이 100% 독점하게 된다는 예측은 향후 5년간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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