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사에 칼자루 쥐여주는 격" 반발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6.15 14:19
(사진 맨 왼쪽부터)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인 보험업법 일부개정볍률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병원·약국 등에서 지불한 진료비·약값 등을 실손 보험사에 청구하는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취지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5일 오후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의사·치과의사·약사·병원 등 의료계 단체가 입을 모아 "해당 보험업법을 폐기하라"며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개정안은 국민을 위한 법안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채, 정보 전송의 주체인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보험회사로 직접 전송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전송 방법을 외면하고, 오직 보험사의 편의성만 보장해 환자·보건의약계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환자가 일일이 서류를 떼고 청구하는 과정이 번거로우니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에서 중계기관에 서류를 대신 보내고, 중계기관에서 보험사에 서류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서류를 떼지 않고도 소액까지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보험사에 '통제권'이라는 막강한 칼자루를 쥐여줘 보험사의 이익은 배를 불리면서 환자뿐 아니라 의료계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구체적인 우려로는 첫째,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가 전자 파일로 중계기관에 모이면 데이터가 형성되고,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피보험자에 대해 통제할 것이란 주장이다. 예컨대 A 환자가 비급여 항목 치료를 장기간 받아왔는데, 이 환자의 데이터가 전산 처리돼 쌓이면 이 환자가 가입한 B 보험사는 A 환자의 병력을 꿰뚫게 돼 보험사 지급을 하지 않을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환자의 전산 데이터가 노출되면 C 보험사와 D 보험사 등 타 보험사도 A 환자의 정보를 꿰뚫게 되면서 A 환자가 타 보험사에 추가 가입을 원할 때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병원·약국의 수익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의 수익을 창출·보전해왔는데, 보험사의 통제권이 강해져 환자들의 비급여 항목 청구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각되면 점차 비급여 항목을 환자들이 원치 않게 되고, 그에 따라 병원 내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럴 경우 예컨대 비급여 항목이 주를 이루는 '신약'을 원하는 암 환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청구해도 보험금을 못 받을 사실을 알면 막대한 약값을 치를 수 없어 신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줄을 이을 것이란 것이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회사가 다르지만 비슷한 영양제, 비슷한 진료행위에 대해 보험회사는 '코드 통일'을 요구할 것"이라며 "다양한 비급여 항목의 비슷한 코드를 통일화하면 어느 의료기관에서 어느 진료행위를 많이 하는지 통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하면 의료계는 '보이콧'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계는 환자의 의료 정보 전송을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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