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방류시설 시운전을 시작하는 등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며 천일염 가격까지 급등하는 중이다. 전남 신안군 수협 직매장은 최근 신안천일염 2021년산 1포대(20㎏)의 가격을 3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4월 초 1만2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가격이 약 2.5배 오른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옥션에서는 실시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상품 26위에 '간수 뺀 2021~22년 신안 천일염 20㎏'이 올라왔다. 1포대(20㎏)는 5만5000원이었다. 이날 네이버 쇼핑에서도 천일염이 검색량 상위권에 올랐다. 20㎏ 기준 네이버 쇼핑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상품은 4만5900원이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60대 주부 A씨는 최근 신안에서 소금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천일염 20㎏짜리를 2포대 구매했다. A씨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때문에 다들 사재기에 나서 당분간 소금을 구하기 힘들 수 있다고 들어 10년 치를 주문했다"며 "동네 엄마들 모두 이 정도는 사놨다"고 말했다. 이어 "1포대를 2만원에 샀다"며 "(지인이) 현재는 2배 가격인 1포대에 4만원을 준다고 해도 안 판다고 했다"고 밝혔다.
경기 분당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모씨도 "원전 방류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온라인으로 소금을 20㎏ 정도 구매할 예정"이라며 "가만히 있으면 같은 제품의 소금을 더 비싸게 사게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소금은 오래 놔둬도 안 상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금은 오랜 시간 보관해도 문제가 없는 상품"이라며 "이런 재화적 특성이 불안감과 결합해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소문만 무성해서 소비자들이 판단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혼란 상태에서 사재기가 지속되면 소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거리 안전은 담보돼야 한다"면서도 "소금의 경우 수입산 등 대체제가 많다. 광우병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 조성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협업해 방류 후 바다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따라 대비책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포심까지 가질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천일염에 대해 "농·수협을 비롯한 생산자 단체에 서민경제와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가격수준을 유지해 달라고 적극 요청했다"며 "거래량과 가격이 그래도 오른다면 정부 수매 후 할인 방출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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