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호 변호사의 법률 칼럼] 중재절차의 매력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 2023.06.16 12:58
대부분 사람들은 법원의 재판을 법적 분쟁 해결의 유일한 절차로 알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절차 이외에 우리나라 법과 국제 조약상 다양한 분쟁해결절차가 존재한다. 이른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라 불리는 대안적 분쟁 해결 절차이다. ADR은 중재, 조정, 화해 절차 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실무상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중재절차이다.

필자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칼럼을 통해서 대안적 분쟁 해결 절차로서 중재제도를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중재절차는 우리나라의 중재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뉴욕협약, 정확히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UN 협약"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절차가 널리 이용되고 있고, 매년 중재사건 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더 활발하게 국제중재 절차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론스타 사건이 국제중재 절차인 국제투자분쟁(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을 통해서 최종 판단을 받은 것이 그 예이다. 국제중재 절차가 널리 이용되는 이유는 개별 국가의 재판절차를 통한 판결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별도의 집행 판결 및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국제중재 절차는 뉴욕협약을 근거로 하여 별도의 집행 판결 및 승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무상 국제계약 체결시 집행절차의 편의를 위하여 국제중재 절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전통적으로 홍콩 국제중재센터(HKIAC)나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 어느 국가의 중재절차를 선택할지는 국제계약 당사자 사이에 치열한 협상을 거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대한상사중재원이 아시아권의 국제중제 센터의 허브 역할을 하면 좋겠으나, 홍콩 국제중재센터나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만큼 많이 이용되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영국, 싱가포르, 홍콩과 같이 국제중재절차가 활성화된 국가들이 국제중재절차를 통해 상당한 부가가치, 외화 수입, 무형적 자산을 창출하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법률산업 활성화 관점에서 중재산업 활성화, 육성, 촉진을 적극 장려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에서 '중재절차의 매력'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재절차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첫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송 절차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중재절차는 분쟁당사자들이 유연하게 중재일정을 조정하고 신속하게 중재판단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한상사중재원은 신속 중재절차를 두고 있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중재심리기일을 1회만 진행하고, 매우 신속하게 중재절차를 종료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중재절차는 단심, 즉 1심만 가능하므로, 중재판정 취소 소송 등 특별한 절차를 제외하고는 중재판정에 대해서 다툴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3심까지 진행할 수 있는 소송 절차보다 훨씬 신속하게 분쟁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중재절차는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절차 진행을 합의하여 정할 수 있다. 법원을 통한 소송절차는 절차 진행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거의 없는 반면, 중재절차는 모든 절차 진행을 당사자 사이 합의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을 통한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판사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중재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중재인을 지명하거나 상호 협의하여 중재인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리기일 지정이나 절차 진행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셋째, 법원의 소송절차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지만, 중재절차는 당사자들의 비밀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비공개심리 형태로 진행된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장점으로서 당사자들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하는 사항, 예를 들어, 영업비밀, 핵심 기술, 비밀유지계약이 적용되는 내용, 추문이 발생할 수 있는 유명인 관련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특허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과 같이 고도의 기밀 정보를 다루는 분쟁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언론에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셀러브리티(Celebrity) 관련 분쟁에서 이러한 중재절차의 장점은 빛날 것이다.


넷째,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중재절차의 장점은 분쟁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소송절차보다 훨씬 편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 재판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본 사람이라면, 재판정에서 당사자가 발언하거나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심지어 수십 년 경력을 갖춘 변호사라도 법정에서의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필자도 법정에서 구술 변론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에 반해 중재절차는 당사자들이 선임하거나 의견이 반영되어 선임된 중재인 앞에서 훨씬 자유롭게 구술 변론을 할 수 있다. 필자도 중재인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이러한 중재절차의 장점을 살리기 위하여 중재 사건 당사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대한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중재절차의 매력이다. 중재절차가 널리 이용되어 보다 많은 사람이 중재절차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권호 변호사

'이권호 변호사 법률 칼럼'은 챗지피티(Chat GPT)와 저작권 등 국내·외 현안과 인사이트, 정보를 제공하는 칼럼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법률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권호 변호사
이권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구성원 변호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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