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나쁜 엄마'가 뻗게 해준 새로운 가지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3.06.14 11:37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배우 이도현은 2023년 상반기 가장 뜨거운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주여정 역할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이도현은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시선을 다시금 사로잡았다.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과 어느 날 아이가 돼버린 검사 아들 강호(이도현)가 다시 모자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이도현은 주인공 강호 역할을 맡았다. 엄마가 원하던 검사가 된 강호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뜻밖의 사고로 7살 지능의 아이로 돌아가버린다. 차갑고 모진 검사 캐릭터와 순수한 7살 아이를 한 작품 안에서 연기하는 것은 이도현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검사와 일곱 살 아이의 간극을 두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같은 인물이다보니 괴리감을 없애는 과정이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사 역할도 처음이었고요. 소위 '사짜 직업'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들 하시는데 공부도 잘 하지 않아서 제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촬영 당시에는 7살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검사가 어려운 것 같아요. 7살을 연기할 때는 예진이, 서진이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어요.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뤄지는 게 많았거든요. 검사를 할 때는 스스로 작전을 짜고 판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들이 많아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나쁜 엄마'를 이끌어가는 두 중심은 이도현과 라미란이다. 두 모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이도현 역시 "엄마만 보면 눈물이 나서 현장에서 장난을 많이 쳤다"며 라미란과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제가 낯가림도 많고 친해지면 괜찮은데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워요. 엄마(라미란)가 장난도 치고 일부러 놀리시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엄마라고 부르니까 친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첫날 리딩 끝나고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쭤보니 '엄마는 무슨, 누나라고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촬영할 때 몰입이 안될 것 같아 다시 여쭤보고 엄마라고 불렀어요. 아직도 엄마라고 불러요. 촬영할 때는 엄마만 보면 울보처럼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서로 운다고 놀리면서 장난을 많이 쳤어요. 그래서 힘들 것 같던 신들이 오히려 수월하게 촬영된 경우도 있어요."


베테랑 라미란과의 호흡은 단순히 '나쁜 엄마'의 강호 역할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도현은 조금은 내려놓고 편하게 촬영했을 때 오히려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연기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뭘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어요. 현장을 놀이터처럼 놀 수 있게 만들어주셨거든요. 저는 촬영 전에 준비를 많이 해가는 성격인데 그러면 그날은 촬영이 안 되더라고요. 예전에도 그래서 후회했는데 부담과 욕심때문에 준비를 안할 수는 없더라고요. 엄마는 나쁘게 말하면 별생각 없으신 것 같다는 느낌이 정도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갑자기 바뀌시더라고요. 나중에 한 번 여쭤보니 '현장이 놀이터처럼 편해야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도 오랫동안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환경에 녹아들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연기의 새로운 길이 열린 느낌이에요."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아저씨를 연기한 '18어게인', 포커페이스 리더로 나선 '스위트홈', 다정함과 광기를 오간 '더 글로리' 등 이도현은 깊이 있는 연기가 필요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도현은 "어려워야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이유를 밝혔다. '나쁜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냥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이도현의 목표는 뚜렷했다.



"저는 어려워야 더 재미를 느끼는 성격인 것 같아요. 모든 연기는 어렵지만 숙제로 느껴야 더 활기차게 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타지도 못하는데 촬영할 때는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걸 즐기는 것 같아요. '나쁜 엄마'를 들어갈 때도 '이 역할은 이도현 아니면 안 돼'라는 반응을 듣고 싶었어요. 저는 이게 배우를 향한 극찬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사명감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야 열심히 할 것 같아서 목표를 크게 잡았어요. 사실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은 너무 어렵더라고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이도현을 빠른 성장세로 '슈퍼 루키'에서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앞으로 성장할 날만 남은 것 같아 보이지만, 이도현의 생각은 달랐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노출이 많이 된 것 같고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운을 잡기 위해 스스로 혹독하게 채찍질을 하기도 했죠. 저는 등산을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해요. 이 일에 정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정상을 찍었으면 하산을 하고 다른 산을 올라가잖아요. 그런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만약 저를 정상에 있다고 표현해 주신다면 저는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도 하산을 잘하자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하산을 준비한다는 이도현의 말은 자연스레 그의 군입대와도 연결됐다. 1995년생 이도현은 올해 안으로 입대를 해야한다. 배우로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공백기지만, 이도현은 오히려 군생활을 기대하고 있었다.


"가서 많은 걸 경험하고 싶어요. 친구들에게도 '너희에겐 미안하지만 너희가 부러워'라는 말을 해요. 그 친구들은 연기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데 저는 회사의 통제를 받아 못하고 있거든요. 군대에 가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요. 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또 어떤 걸 배워올지 궁금해요. 또 군대에서 서른을 맞이하게 되는 게 그 점도 기대돼요. 남자는 서른이 넘어가야 중후한 멋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안 나올 수도 있지만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스스로에게 가혹한 채찍질을 하며 연기를 해온 이도현이지만, '나쁜 엄마'를 향한 만족도는 100점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나쁜 엄마'를 촬영하며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이런 점수가 나올 수 있었다.


"항상 아쉬운데 요즘은 '내 자신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자'고 되뇌이고 있어요. 그동안은 스스로에게 야박하게 굴었거든요. 이왕 칭찬할거면 100점 만점이라고 하려고요. 설사 아닐지언정 스스로는 잘했다고 하고 싶어요. '더 글로리'를 기점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 때까지는 이해를 잘 못했어요. 작가님도 너무 멋있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별로였거든요. 뭐 때문에 잘했다고 하시는 건가 싶었어요. 스태프 분들과 라미란 선배님께도 여쭤봤어요. '물컵에 물이 넘칠 것 같으면서도 중립을 지키는 연기가 어려운 거야. 알듯 말듯 수수께끼같은 연기를 한다는 건 큰 축복이고 잘해냈기 때문에 칭찬을 하는거야'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잘하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칭찬을 해주시면 뭐라도 했으니까 해주시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도현은 '나쁜 엄마'를 되돌아보며 "시청률이 잘 안 나와도 뿌듯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촬영장에 녹아들어 촬영하는 법을 배웠고,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쁜 엄마'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가지를 피워낸 이도현은 이를 잘 가꿔 꽃을 피워 내겠다고 다짐했다.


"'나쁜 엄마'는 새로운 엄마가 생긴 작품이죠. 저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준 작품이에요.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과정을 겪었어요. 저라는 나무에 새로운 가지가 뻗었다고 할까요. 이제 저는 그 가지에 양분을 줘서 꽃을 피워 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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