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여권이 싱 대사에 대해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NG) 지정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PNG에 관심이 쏠린다.
PNG는 외교관을 상대로 면책 특권을 무력화하고 강제 추방하는 강경 조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외교관이 아니어도 여론의 공분을 산 인물이 PNG 지정 요구를 받을 때가 있다. 작년 월드컵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경기장 라커룸에서 멕시코 유니폼을 발로 건드리는 듯한 동작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파되면서 멕시코 여당 측이 메시를 PNG로 지정하라고 멕시코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메시 측이 SNS상의 영상 논란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멕시코 정치권이 메시를 도마에 올린 것이다. 다만 메시와 같은 스포츠 스타는 애초부터 외교관과 달리 면책 특권이 없기 때문에 PNG 지정 요구는 상징적 제스쳐로서의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13일 싱 대사와 관련, 중국 정부를 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중국 정부 스스로 싱 대사를 본국에 소환하길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조치를 거부했다. PNG 지정은 중국 정부의 조치가 없더라도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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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교관 '막말 흑역사' 보니 ━
당시 외교부는 PNG 지정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으며 일본 정부는 소마 공사를 본국에 소환했다. 2005년에는 다카노 도시유키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는 일본 땅' 발언으로 한국 내에서 PNG에 지정하라는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싱 대사의 후임으로 외교가 안팎에서 거론되는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도 한국을 상대로 고압적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 외교부 부국장 시절 천 대사는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계획에 반발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논란의 발언을 했던 장본인이다.
심지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4월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해협 관련 발언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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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G 지정하면 PNG로 반격 당한다?…독 VS 러 PNG 공방전 보니 ━
PNG란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근거해 상대국의 자국 내 외교관 지위를 박탈하고 추방하는 강경 조치다. 해당 협약상 '접수국은 언제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설명할 필요 없이 공관장이나 기타 공관의 외교직원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이며, 또는 기타의 공관 직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파견국에 통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근거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독일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며 독일 주재 러시아 외교관 40명을 PNG로 지정하고 추방했다. 그러자 러시아도 맞대응 조치로 같은 수의 독일 외교관에게 동일 조치를 내렸다.
해외 사례에 비춰보면 한 나라가 상대국 외교관을 PNG로 지정할 경우 상대국에 주재하는 자국 외교관도 추방되는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나 외교부가 PNG 지정에 따른 한중 관계 경색으로 대중 무역이나 재외국민 안전 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싱하이밍 PNG론'에 유보적 반응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싱 대사는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등 무려 15분에 걸쳐 윤석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며 불거진 고압적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정부는 싱 대사의 행동을 두둔하는 입장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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