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미국의 글로벌 새판 짜기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2023.06.14 02:05
장보형 연구위원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외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의 외교책사로 평가받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월 말 연설을 통해 미국 대외경제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으로 집약되는 이 전략은 무엇보다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통합했다. 다시 말해 '근로자 미국인'의 입장에서 대외정책과 국가안보에 접근하는 것이다.

대부분 중국이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의 도전에 맞선 방어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작 미국의 관심사는 훨씬 폭넓다. 설리번은 미국이 직면한 4가지 도전으로 지정학과 안보경쟁 외에도 산업기반의 공동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또 불평등 심화 및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목한다. 아울러 그 배후에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되는 시장 효율성과 성장중시 전략의 폐해, 경제통합의 한계, '낙수(trickle-down)경제'의 신화에 대한 반성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설리번은 몇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현대 미국의 산업전략'이다.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대표적인데 한동안 '죽은 개' 취급받은 산업정책이 대외정책의 핵심고리로 부상한 것이다. 여기서 전략 및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의 공공투자가 전면에 나선다. 그는 "역사의 대부분 시기에 미국의 프로젝트에 활력을 불어넣은 공공투자의 비전이 희미해졌다"며 그간 역진적 감세와 기업집중 등에 편중된 정책을 비판한다. 산업정책은 기업 살리기와는 결이 다른 셈이다.

또 그 목표는 "자급자족이 아니라 공급망의 탄력성과 안보"라며 "미국과 같은 생각을 지닌" 파트너국가와의 협력을 당부한다. 다만 기존 관세인하에 치중한 무역협정을 새로운 국제경제 파트너십, 즉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같은 '현대 무역협정'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통합의 외연확대 대신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은 물론 좋은 일자리 창출, 법인세 인하 중단, 노동과 환경보호 강화로 그 내포가 확대, 심화하는 것이다.


그 외 다자간 개발은행 육성과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 등 신흥경제 지원전략은 다분히 중국의 일대일로를 의식한 조처다. 이어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라는 대중국 정책이 뒤따른다. 설리번은 미국의 기반기술 보호라는 좁은 범위, 또 군사적 위협이 큰 소수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조치일 뿐 중국이 우려하는 '기술봉쇄'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과연 "탈동조화가 아니라 위험축소"라는 미국 등 서방의 해명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의 맥락에서 설리번은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를 요청한다, 현대 미국의 산업전략을 글로벌 버전으로 확대한 '현대 산업혁신 전략'이 핵심인데 중산층 일자리와 공공투자 위주의 접근이 주목된다. 물론 기저에는 미국의 리더십 회복, 즉 미국 주도의 글로벌 새판 짜기가 깔려 있고 그로 인한 경제적 군비경쟁, 혹은 지경학적 분절화의 위험도 크다. 대내 성장동력의 쇠락과 대외열강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모색하는 우리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쟁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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