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은 이전에도 출산·육아 친화적인 사내 제도가 많았던 곳이다. 출산지원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고 육아휴직도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다. 학자금은 자녀수에 상관 없이 지원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다자녀 승진제도와 주택구입 지원대출까지 도입했다. 결혼을 앞둔 직원은 무이자 5000만원, 2% 금리 5000만원의 사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의 시대, '초저출산 1등 국가'라는 타이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민간 기업들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구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민간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저출산 대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과 인적투자의 개념까지 합쳐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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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최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에 사내 제도의 효과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분석 과정에서 "기업의 사내 가족출산친화 복지제도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혼인·출산 의향으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내 제도를 어떻게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운영할지, 더 필요한 제도는 없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 계열사에 여성 자동육아휴직 제도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출산한 여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사의 결재 없이 육아휴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며 "남성 직원들 역시 육아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 차액을 회사가 전액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다수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둘째 1000만원, 셋째 이상 3000만원의 출산 지원금을 지급해 우리사주를 구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혼 추세를 감안해 최대 200만원의 난자 냉동 비용도 지원한다.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은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동안 자녀당 교육비 1800만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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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세제혜택 검토..스타트업 활약도 주목━
정부도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가령 기업이 출산이나 보육과 관련한 지원을 할 경우 이를 경비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두드러진 또 다른 변화는 스타트업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가 대표적이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지난 2월 스타트업 관계자 200여명이 모인 인구포럼에서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스타트업 1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 중의 하나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블루포인트는 일종의 육아 스타트업인 '아워스팟'을 직접 기획해 창업했다. 아워스팟은 7~9세 자녀를 둔 부모가 간편하게 아이를 믿고 맡기고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인구정책은 정부가 모든 걸 해줄 수 없다"며 "민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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