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중진국 잊어라' 투자 각축전... 韓 디지털 수요 꿰찬다

머니투데이 방콕(태국)=유재희 기자 | 2023.06.20 09:44

[ALT 차이나 시대]1-④ 왜 '해외투자'인가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쫒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방콕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계묘년 음력 새해를 사흘 앞둔 1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시민들이 사자춤을 추고 있다. 2023.1.1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남아 시장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한 전세계 국가의 각축장이다. 우리나라도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시장으로 동남아를 주목한다.

특히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현지 진출 기업들의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재, 부품 등 대규모 수입이 절실하다. 우리 입장에선 중간재 수출 시장 확대가 된다. 그 중심에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의 디트로이트'라 불리는 최대 생산국 태국이 있다.

태국 정부는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벗어나기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 생산 모델에 더해 디지털 경제 전환까지 꾀하며 주요 투자처로 부상 중이다.


"리틀 재팬 잊어달라"…태국의 산업 대전환 '기회'




우리나라의 아세안 진출을 교두보로 삼을 만한 투자처로 태국이 꼽힌다.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만한 전기차·통신 등 디지털 경제 수요가 솟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對)태국 투자의 기회는 태국 정부의 신산업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태국 정부는 2016년부터 태국 4.0(Thai 4.0) 전략을 수립, 2036년까지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태국은 일본·중국 등 기업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찾지 못했던 지역이었다. '리틀 재팬', '도쿄도 방콕구'라 불릴 정도로 일본 제조·금융 기업들의 점유율이 상당했던 국가다. 특히 내연차 시장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한 지 오래다.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기회를 엿볼 지점은 산업 고부가가치화, 사회·경제 전반의 디지털 전환 분야다. 구체적으로 △전기차를 필두로 한 GVC(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BCG(바이오·Bio-순환·Circular-그린·Green) 경제모델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등이 꼽힌다.

태국이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태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재건을 목표로 '5개년(2023~2027년) 신규 투자촉진전략'을 발표했다. 장기투자자 대상으로 A1+ 산업 등급 신설(10~13년간 법인세 면제), 현지로 이전하는 기업(연구센터·제조시설·본사 등)에 법인세 면제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내놨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래산업 분야는 태국이 우수한 인프라와 정부 정책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 진출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韓 태국 투자 8→1위 우뚝…IT 솔루션·소프트파워 기대요인


국내 기업의 태국 진출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1분기만 보면 우리나라의 대태국 투자 규모가 고공행진 중이다.

태국투자청(BOI)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1552억밧(약 5조9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투자를 집행한 국가는 한국으로 그 규모는 314억밧(1조2000억원)이다. 중국(250억밧), 일본(247억밧) 등을 제쳤다. 지난해 기준(53억900만밧) 8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가 단숨에 1위를 탈환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가전·전자 부문 프로젝트가 투자 증가세를 이끈 덕분이다. 1분기 대태국 전기 제품 및 전자 장치의 투자 가치는 947억밧으로 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나릿 터싸티라싹 태국 투자청(BOI) 사무총장은 "전자 부문에 대한 투자는 매력적인 투자 인센티브와 BOI의 5개년 전략에 따른 투자 촉진으로 인해 계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부품 등 자동차산업의 지각변화도 청신호다. 전기차는 주요 부품 및 인프라 수요가 확대돼 기술력이 부족한 로컬기업들의 한국, 중국, 대만, 일본기업들과의 협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가 지난 1분기 대태국 투자 신청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77% 늘어난 1860억밧(한화 약 7조600억원)에 달한 가운데 국내 다수 기업의 전기차, 자동차용 전자부품 등 투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 정부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추진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까지 맞물리며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기대된다. 태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0년 18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5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의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헬스케어 △금융 △물류산업 등에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AI), 보안, 지불 등 정보·통신(IT) 솔루션 도입이 성사될 수 있다.

태국 현지에서 K-콘텐츠를 비롯한 한국 소프트파워 영향력도 상당하다. 온라인 교육, 웹툰,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분야의 기회요인이 적잖다.
(서울=뉴스1) = 2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3 방콕 한국우수상품전'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코트라 제공) 2023.3.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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