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에즈라 밀러, '플래시' 터뜨렸다…DC '심폐소생'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 2023.06.12 10:21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할리우드 악동' 에즈라 밀러(30)가 악마의 재능으로 '플래시'를 터뜨렸다. DCEU(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의 장장 10년에 걸친 굴욕사를 마무리하고 완벽한 새출발을 알린 것. DC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다가올 재정비된 세계관 'DCU' 챕터1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플래시'는 DCEU의 13번째 영화이자 10년 역사를 마무리 짓는 작품. 2013년 슈퍼맨 솔로 무비 '맨 오브 스틸'로 문을 연 DCEU는 '원더우먼1' '아쿠아맨' 등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저스티스 리그' 등 뭉치면 힘을 못 쓰고 대중과 평단의 혹평을 들었다. 또 그렇다고 솔로 무비가 모두 잘 된 것도 아니다. '원더우먼 1984' '블랙 아담' '샤잠!'도 외면을 받았다. 올해 3월 선보인 '샤잠! 신들의 분노'는 해외 유명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졸작에 주어지는 '썩은 토마토'를 받는 굴욕을 맛봤다.


저조한 분위기 속 '플래시'로 반등을 노린 DC. 결과적으로 에즈라 밀러의 열연 덕에 한 줄기 빛을 봤다. 에즈라 밀러는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첫 등장, 같은 해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연이어 카메오로 출연한 뒤 '저스티스 리그'에서 본격적으로 플래시로 합류했다.


'플래시' 솔로 무비는 DC 세계관을 리부트 시킨 DC코믹스 '플래시 포인트'를 기반으로 한다. 빛보다 빠른 속도, 스피드스터 히어로 중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플래시' 배리 앨런이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하면서 우주의 모든 시간과 차원이 붕괴되어 버린 후, 초토화된 현실과 뒤엉킨 세계를 바로잡기 위해 배트맨과 함께 전력 질주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 영화 '그것' 시리즈로 명성을 떨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플래시X배리 앨런, 극과 극 신들린 케미


에즈라 밀러는 극 중 슈퍼 히어로 플래시, 본체 배리 앨런 역으로 분해 1인 2역에 도전했다. '플래시'가 한화 약 3,0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광활한 멀티버스 세계를 완성했다지만 에즈라 밀러의 '원맨쇼'가 더욱 압권이다. 그는 14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중 무려 80%의 분량을 책임졌다.


단연 에즈라 밀러는 '플래시'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불사신이 아닌 겁도 많고 약점도 있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역할에 빠져들어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열연을 펼친다. 어딘가 불안정하게 아픔이 서려 있는 인물은 사실 '애프터스쿨' '케빈에 대하여' '월플라워'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등 에즈라 밀러 대표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 그는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여 고밀도 감정 연기의 극대치를 보여준다.


특유의 퇴폐미가 플래시, 배리 앨런과의 간극을 넓혀 놀랍도록 역동적인 1인 2역을 완성했다. 단순히 길고 짧은 헤어스타일 차이가 아닌, 마치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마냥 호흡을 주거니 받거니, 쫄깃한 티키타카를 자랑한다.


또한 에즈라 밀러는 히어로의 딜레마와 복잡한 서사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18세 대학 새내기의 해맑은 매력과 능청스러운 유머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얼굴을 180도 다르게 갈아끼우며 눈물을 쏙 빼놓는 감동과 배꼽을 잡게 하는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 '저스티스 리그' 한풀이, 배트맨→아쿠아맨과 환상 앙상블


뿐만 아니라 에즈라 밀러는 배트맨, 원더우먼, 슈퍼걸, 아쿠아맨 등과 환상의 앙상블을 선보였다. 본인은 물론 어떤 캐릭터와 맞붙어도 조화를 이루며 '케미 제조기'로 등극했다. 그는 새롭게 등장한 슈퍼맨 사촌 슈퍼걸(사샤 카예)의 데뷔를 든든하게 지원사격하고, 특히 '삼트맨'과의 애틋한 브로맨스를 그리며 향수를 자극한다. 'DCEU 배트맨' 벤 애플렉, 31년 만에 돌아온 '원조 배트맨' 마이클 키튼, 그리고 역대 배트맨 중 한 명인 조지 클루니까지 훈훈한 투샷을 선보인다. 쿠키 영상에선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와 코믹 케미로 마지막까지 놓칠 수 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에즈라 밀러를 주축으로 한 이번 만남은 뭉치니 망했던 '저스티스 리그'의 한풀이를 해주며 DC 팬들을 위로한다.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등이 야심 차게 뭉쳤던 '저스티스 리그'는 2017년 개봉 당시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 1위'(버라이어티)로 꼽혔다. 재회한 '플래시'에서 비록 히어로의 파워가 덜할지라도 다채로운 앙상블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조지 클루니는 '역대 최악의 배트맨'이라는 오명을 썼음에도 '플래시'에 깜짝 출연, '대인배'다운 면모로 의외의 웃음 코드를 형성하기도. 더불어 원조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 과거 '슈퍼맨'으로 낙점됐으나 제작이 무산됐던 니콜라스 케이지 등 추억의 히어로들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이에 '플래시'를 감명 깊게 본 할리우드 톱배우 톰 크루즈는 "영화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겼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다"라며 연출자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넸다는 후문이다.




# 악마의 재능, 통할까


"예술은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이다. 내게 예술이 없었다면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죽었을 거다"라는 일념으로 지독하게 작품에 몰입해온 배우 에즈라 밀러. 하지만 인성과 맞바꾼, '악마의 재능'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런 그의 재능이 폭발한 잘 만들어진 '플래시'이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평론가들의 호평보다 가장 중요한 관객들의 선택이 남았다. 에즈라 밀러는 근 몇 년간 각종 범죄를 저지르곤 '플래시'로 복귀를 강행하는 초강수를 둬 심판대에 올랐다. 그는 '플래시'를 최고로 만든 히어로이면서도 동시에 발목을 잡는 빌런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최강 빌런은 그 누구도 아닌 오판으로 미래의 나를 망가뜨리는 과거의 나, 현실의 에즈라 밀러와도 절묘하게 닮아 있다.


에즈라 밀러를 둘러싼 논란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는 2020년 미성년자 그루밍 의혹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에서 여성의 목을 조르고 폭행하는 영상이 퍼져 거센 질타를 받았다. 작년엔 하와이에서 폭행 혐의로 수차례 경찰에 체포됐다. 폭행 혐의 보석금 500달러를 대신 내주며 자신을 도와준 부부의 집을 찾아가 되려 협박하고 지갑을 절도한 혐의로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로부터 3주 뒤 또 에즈라 밀러는 개인 파티에서 20대 여성에게 의자를 던져 이마에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금되었다. 이후 빈 집에 불법으로 침입해 술을 훔친 혐의도 있다. 불법 침입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어 1년의 보호 관찰 기간, 500달러의 벌금과 192달러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였다.


끊임없이 사건사고를 일으킨 에즈라 밀러는 "내 과거 행동으로 인해 위협받고 분노했을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신 질환이 있다는 걸 받아드리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저는 이제 제 삶에서 건강하고 안전하며 생산적인 단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일들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DC스튜디오 측은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와 긴급하게 경영진 회의를 갖고 에즈라 밀러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 중단을 논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플래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슈퍼 히어로 영화 중 하나다. DC유니버스를 재설정할 작품"이라며 높은 완성도에 에즈라 밀러를 품는 결단을 내렸다. 계속된 내리막길과 최근 9,000만 달러를 들인 영화 '배트걸'을 전면 폐기 처분했던 만큼 DC는 재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기에 문제작 '플래시'를 안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연출자이자 DC스튜디오의 새로운 수장 제임스 건은 "에즈라 밀러가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플래시'의 여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옹호했다. '플래시' 제작진은 "에즈라 밀러는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플래시'가 개봉하면 그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잊게 될 것이다"라고 거들기도.


'플래시'의 연출자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 역시 "에즈라 밀러만큼 '플래시'를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 속편이 나온다면 또 함께하고 싶다"라고 치켜세웠다. 개봉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성사시킨 '플래시',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에즈라 밀러의 배우 인생, 그리고 DC의 미래가 달린 '플래시'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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