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수천억 낙전수입보다 가치있는 '신뢰 회복'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 2023.06.13 05:19
실손의료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권고한 지 14년만이다.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치면 실손보험금 청구가 보다 쉬워진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국민들이 얻는 이득은 많다. 우선 그동안 복잡하고 귀찮아서 포기했던 소액 보험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소액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매년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면 국민 전체로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소득이 생기는 셈이다. 소득증대에 따라 소비까지 증가하면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편의성 증대는 법 개정의 목표다. 그동안 병원과 약국 등에서 관련 서류를 챙겨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고 모바일앱이나 PC에서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최소 종이 4장을 프린트해 어렵게 파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자신이 갔던 모든 병원의 진료 기록 등이 보험사에 가는 것도 아니다. 실손보험금 청구의 주체는 병원이 아니라 보험가입자이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진료 기록만 보험사에 보낼 수 있다. 지금처럼 원치 않는 진료 기록은 보험사가 알 수 없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자기결정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보다 확실해지는 셈이다.

법적 단체가 진료 기록 등을 병원에서 받아 보험사에 보내기 때문에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진료 기록를 찍어 보내기 꺼림칙한 작은 업체를 통할 필요도 없어지고 설계사 등이 진료 기록을 잃어버릴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라도 유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

보험사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의 최대 고민은 미래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보험 가입 대상자인 젊은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MZ세대들은 보험 가입을 꺼린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 가입을 꺼리는 기저에는 무엇보다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료는 악착같이 받고 보험금 줄 때는 인색하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금융민원 통계에서 보험 민원은 매년 압도적 1위다. 지난해에도 8만7113건의 금융민원 중 보험권 민원은 5만1890건으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손보사 민원은 3만5157건에 이르는데 이중 56.1%가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유형이다. 사실상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금융민원 대다수인 셈이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찬성하는 것도 실손보험 청구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 보험료를 올려받으려는 속셈이라고 오해하는 것도 보험이 얼마나 '신뢰'가 부족한 지 보여준다.

보험사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수천억원의 낙전 수입을 포기해야 하지만 이를 통해 '보험사도 보험금 지급에 애쓰고 있다'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의료계 반대도 여전하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통해 확보한 건강 정보를 악용할 것이란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중계기관'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산화를 위해선 병원, 약국 등과 보험사를 연결해야 한다. 중계기관을 두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회에서는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계도 중계기관이 자료를 축적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에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 의료계도 대승적으로 국민이 보다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보험사가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을 보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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