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잡이' 안 보인 국회, 법안 논의도 사라졌다…'식물 상임위' 전락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유승목 기자, 안채원 기자 | 2023.06.11 14:00

[MT리포트] 1년 남은 21대 국회 (下)

편집자주 |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3년이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함께 여야가 공수를 교대한 지 1년. 국회의 풍경은 상전벽해가 됐다. 21대 국회의 지난 3년을 되짚고 남은 1년을 전망해본다.



멱살잡이 '동물 상임위' 사라지더니 이젠 '식물 상임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여 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수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야 간 정쟁이 극으로 치달으면서다.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으로 법안을 논의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개최 건수도 20% 넘게 줄었다. 이른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동물 상임위'가 사라진 대신 법안 처리 기능이 떨어진 '식물 상임위'가 자리를 채웠다는 지적이다.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열린국회정보 정보공개포털, 국회 사무처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2022년 5월~2023년 5월) 동안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는 총 229회 열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2017년 5월~2018년 5월) 동안 열린 법안소위 횟수(293회)보다 21.8% 적은 수준이다. 다만 상임위 전체회의는 지난 1년간 총 406회가 열려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열린 횟수(356회)보다 14% 늘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에서 실질적으로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법안소위"라며 "각 상임위에서 여야간 일정합의가 잘 안되면서 개최건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국회 보좌진은 "법안소위가 열린 횟수도 줄었지만, 원래 하루 종일 열리던 법안소위가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실제 법안 심사가 (예전만큼) 잘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각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처리된 법안은 크게 줄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여 간 처리된 법안 수는 653건(2022년 5월1일∼2023년 5월31일)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처리된 법안 수(875건)보다 222건(25.4%) 적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경우 지난 1년간 56건,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간 67건이 처리됐다.

지난 1년간 국회에서는 법안 처리 여부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이른바 '동물국회' 사태와 같은 극단적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국회 상임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법안만 처리된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25일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2건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국회 의안과를 찾았으나 이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물리적으로 저지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에는 고성과 멱살잡이, 인간 띠, 밀고 당기기 등이 난무했다. 이같은 모습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연출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약 1년간의 법안 처리율을 보면 총 6718건의 발의 법안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418건으로 6.2%에 그쳤다. 반면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간의 경우 발의된 법안 6825건 가운데 622건, 즉 9.1%가 처리됐다.

개별 상임위 별로 살펴보면 2017년 당시 분리되지 않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상임위 중 12개 상임위에서 법안소위 개최 건수가 줄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상임위는 정보위원회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간 9차례 열렸던 법안소위는 현 정부 들어 단 한차례만 열렸다.

이 밖에도 △운영위원회(11회→3회) △정무위원회(21회→15회) △기획재정위원회(28회→18회) △교육위원회(18회→12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2회→10회) △외교통일위원회(11회→5회) △국방위원회(11회→5회) △행정안전위원회(23회→22회) △보건복지위원회(15회→9회) △환경노동위원회(31회→18회) △여성가족위원회(11회→4회) 등에서 법안소위 개최 건수가 줄었다. 단 교육위원회의 경우 당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다가 2018년 7월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법제사법위원회(14회→22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16회→17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9회→21회) △국토교통위원회(18회→30회) 등은 법안소위 개최건수가 늘었다.

전체회의의 경우 국방위(19회→16회)와 운영위(17회→11회), 보건복지위(21회→20회)에서 개최건수가 줄었다. 나머지 13개 상임위는 전체회의 개최 건수가 증가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여소야대 구조가 법안 처리율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도 반대쪽과 (대화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야당이 여러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 사생결단으로 나서고 본인들 지지층 결집에 힘쓰는 시점"이라며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與 간사들에 물었다…21대 국회 남은 1년 "이 법만큼은 통과를"




국회 본회의 모습./사진=뉴스1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본격적인 속도를 내야 할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쌓여있지만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21대 국회 임기만료를 1년 남겨둔 지금, 여당이 최우선적으로 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법안은 뭘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9일 국회 경제분야 핵심 상임위원회의 여당 간사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에게 직접 물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공정채용법)'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꼽았다.

◇기재위,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류성걸 국민의힘 기획재정위원회 간사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재위의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재정준칙 도입이 핵심인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목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즉 정부의 재정적자 한계선을 정해놓고, 이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적자 해소 등을 위한 재정 건전화 대책을 당장 마련하도록 경고음을 울리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90여개국이 재정준칙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우선순위 1순위는 재정준칙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라며 "재정은 정말 건전하게 운영을 해야하는 대상이 아닌가. 그러려면 재정준칙이 반드시 필요한데, 실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재정준칙이 도입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뿐"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야당의 협조 여부다. 류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재정준칙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다만 '하필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 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하지만 재정준칙이라는 것은 나라 살림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6월에 처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나마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부분들에 대해 강조를 하면서 열심히 야당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환노위, 고용 세습·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 막기 위한 '공정채용법'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노위의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공정채용법을 꼽았다. 공정채용법은 고용 세습, 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을 현행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까지 강화하는 내용이다. 특히 노동조합 내부의 세습설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문제가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만 봐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불공정 채용이 많은지 알 수 있다"며 "노동 분야에서도 현대기아차 노조 등 단체 협약을 통해 고용 세습을 노골적으로 해서 우리 사회의 공정을 훼손하는 곳들이 있다. 법치 확립 차원에서 반드시 공정채용법을 통과시켜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채용법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개혁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노동개혁'의 한 축인 만큼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임 의원은 입법 전략에 대해 "공정채용법은 우리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이 도저히 반대하지 못할 법이라는 점을 국민들께 호소하고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산중위, 원전 산업 재활성화 위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에너지전환 공론회위원회 설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6.8/뉴스1
산중위의 여당 간사인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꼽은 핵심 법안은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다. 이 법안은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 선정 절차에 조속히 돌입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이 정한 시기부터 현재 원자력발전소에 저장 중인 사용 후 핵 연료를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법은 처분장 유치 지역에 대해서는 각종 혜택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의 신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은 그 한계치에 다다랐고, 향후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적절한 부지 선정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져 야당 의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 의원은 "김성한 민주당 의원도 폐기물 관리의 필요성을 알기 때문에 2021년 특별법을 발의한 바가 있다"며 "물론 민주당은 탈원전 정책의 실현을 목표로, 우리 당은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본인들도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해 발의해 놓고 이제와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고준위방폐물특별법 제정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사업 재활성화 공약을 실현시킬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국정과제 현실화를 위해 정말 중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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