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 이 남자 인생역전…학폭 견디던 꼬마, 1조달러 기업 수장 됐다[스토리후]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3.06.10 07:00

편집자주 |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자율주행 차량용 '드라이브 PX 2' 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걷지 말고 뛰세요."(Run, don't walk.)

이민자 출신으로 반도체 업계 대기록을 세운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이 전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립대만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이든 걷지 말고 뛰라"며 "먹거리를 찾아 달리면서도 동시에 먹잇감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 최초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엔비디아의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있는 만큼, 경쟁을 선도하려는 그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1993년 황과 공동창업자들 손에서 탄생한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GPU(그래픽처리장치)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반도체 제왕' 자리에 올랐다.


'검정 가죽 재킷' 젠슨 황, 이민자에서 '1조달러' 기업 수장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뉴스1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하면 '검은 터틀넥 티셔츠+청바지' 조합이 떠오르듯, 황은 '검은색 가죽 재킷'으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실제 황은 공식 행사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참석하며 특유의 쇼맨십을 드러내곤 한다. 구글에 '젠슨 황'을 검색하면 '가죽 재킷'(Leather Jacket) 키워드가 자동 완성될 정도다. 왼쪽 팔뚝에는 엔비디아 기업 로고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대만계 미국인인 황은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아홉 살 때 형과 함께 미국에 있는 삼촌에게 보내졌다. 지금이야 '디지털 황태자'로 불리지만 황의 학창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고 방과 후에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모진 시간을 견딘 그는 오리건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졸업 후 LSI 로지틱스와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했다.

대학 재학 당시 황은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사양의 CPU(중앙처리장치)가 부족했던 때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PC에서 게임과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라 본 황은 1993년 그의 나이 서른이 되던 해, 썬 마이크로시스템에서 그래픽 칩셋을 설계하던 엔지니어 커티스 프리엠, 전자기술 전문가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함께 엔비디아를 공동 설립했다.

달랑 침대 2개뿐인 아파트에서 시작한 엔비디아는 게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보다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현을 위해 별도로 처리 장치가 필요했고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채우기 시작한 것. 1999년 엔비디아는 개인용 PC 그래픽 칩셋의 상표인 '지포스'를 선보였다. 이는 CPU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3D(3차원)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황은 이를 'GPU'라고 불렀다. 우리가 알고 있는 GPU라는 용어의 시작이었다.



올해 환갑 맞은 젠슨 황…"AI, 전에 없던 일자리 만들 것"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가며 위기도 찾아왔다. 최근에는 탄소 배출로 인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채굴 방식의 문제에 더해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위축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생성형 AI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도 치솟았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90% GPU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반도체 제왕'으로 통한다. 복잡한 연산 가능한 GPU는 최근 생태계를 넓히고 있는 AI 반도체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대화형 AI 학습에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A100' GPU를 사용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최초로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조달러를 넘긴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4곳뿐이었다.

올해 환갑을 맞은 황은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지난달 마지막 주 실적 발표에 맞춰 연달아 공식석상과 대중 앞에 등장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갖춘 만큼, 엔비디아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에는 타임지 선정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열풍을 선도 중이다. 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의 중요성을 언급하곤 한다. 지난달 27일 대만 최고 명문대 국립대만대 졸업식 연설에서 그는 "AI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공장 운영, AI 안전 엔지니어 등 이전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누군가는 AI가 일자리를 뺏어갈 것을 우려하지만, 실제 일자리를 뺏는 건 (AI가 아닌)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AI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 기회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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