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 2023.06.10 06:00
(헤르손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8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노바 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의 파괴로 수몰된 지역서 병사가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2023.6.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었습니다. 어느 쪽 소행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것인데, 서방언론은 러시아측이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기 위해 저지른 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실패하자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크림반도에 공급되는 담수를 빼앗고자 댐을 공격했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이 댐의 저수량과 용도입니다. 수력발전소이기도 한 이 댐의 저수지 면적은 2155㎢인데 붕괴되어 물이 넘치게 되면 최대 5000㎢까지 물에 잠기게 될 전망입니다. 이 댐이 붕괴되면 생태적 재앙이 될 수도 있고 농업용수의 유실로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생산이 어려워져 세계 곡물가격을 올릴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 시급한 것은 이 댐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입니다. 또 지뢰가 유실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뢰들이 사방에 흩어지게 되어 민간인들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과거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소련이 댐을 파괴시켜 물을 방류시켰던 적이 있습니다. 독일군이 우크라이나를 가로질러 드니프로강에 육박해오자 스탈린이 댐을 폭파해 진격을 저지하라고 명령했던 것인데, 이 탓에 하류에 있던 주민들 수만명이 사망했습니다. 심지어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던 소련군도 물살에 쓸려갔습니다. 독일군은 사실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을 공격중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MBS)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아랍연맹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는다" "중동의 밝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여러분들과 깊게 연대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축으로 선택하면서 중동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었고, 이에 따라 중동 국가들이 러시아와 중국에도 가까워지면서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까지 흔들리게 되자 미국은 급하게 중동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번스 CIA국장,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방문했는데, 또 다시 국무장관도 사우디를 방문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트럼프 정부가 UAE와 이스라엘의 국교정상화를 성사시켰는데,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외교적 성과를 낸다면 내년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은 6월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5월에는 번스 CIA 국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는데 미국과 중국이 대립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으로 톤을 낮춘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내외정책 사이클도 슬슬 내년 대선에 맞춰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3만 2000선을 회복하면서 버블 붕괴 후 3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일본경제가 돌아왔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총생산에 비해 총소비가 적은 '과소소비'(underconsumption)의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과거 이 문제를 '엔저'와 이에 따른 '수출밀어내기'로 돌파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대소련 봉쇄의 동아시아 파트너라는 역할 때문에 미국이 눈감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련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게 되자,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에게 엔화 가치를 '현실화'하라고 했고 이렇게 엔화 가치가 절상되자 일본 경제는 성장을 멈췄습니다.

일본은 1985년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경제성장의 길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전략 파트너로서의 특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최근의 '엔저'와 이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역시 미국의 묵인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 기업들의 '거버넌스'가 개선된 점도 일본경제 회복에 기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기업 거버넌스의 개선으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것이 일본의 총소비를 키워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가 다시 성장하게 되고 국제정치에서도 일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동아시아 정세,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국제문제 수석논설위원인 기디언 라크먼의 최근 칼럼이 미국 동맹국들의 정서를 잘 대변한 것 같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이 과거와 달리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이에 대해 동맹국들은 불만이 많다. 하지만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러시아(유럽)와 중국(아시아) 때문에 군사적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미국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려 다시 중산층을 키우고 이를 통해 미국 민주주의를 복원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디리스킹'(de-risking)을 통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계획 안에서 동맹국들의 이익은 별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라크먼은 그래도 유럽연합(EU)은 여러 국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미국이 이익을 챙겨줄 수도 있지만, 영국,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들의 이익은 완전히 무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외교적 레토릭으로는 동맹국들과 글로벌사우스의 이익도 고려한다고 하지만, 미국 국내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는 없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도 미국의 산업정책 강화의 폐해가 될 것입니다. 미국 일극의 팍스아메리카나가 하나의 글로벌 시장을 형성했었다면 이러한 일극체제의 후퇴는 미중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한 결국 느슨한 블록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도쿄 사무소 설치에 대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의 대러시아, 대중국 전략에 적극 협력하는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러시아와 중국을 너무 자극하지 말자는 입장입니다. 이로써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아시아 진출은 일단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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