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의리 택했던 PGA 프로들 분노…"결국 돈이 최고인가"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3.06.08 14:16

사우디 LIV골프와 합병 반발…모나한 커미셔너, 선수들과 긴급회동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이 지난 3월 미 플로리다주 TPC 소그래스에서 열린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트로피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골프 앙숙'인 LIV골프와 합병을 선언한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로선수 긴급 회동에서 "위선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PGA와 의리를 지키려던 선수들은 회동 이후로도 "이용당했다", "등에 칼 맞은 기분"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PGA 선수들 "위선자" 모나한 "인정한다"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 등 보도를 종합하면 모나한은 지난 6일 LIV와 합병을 발표한 직후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오크데일GC에서 프로 선수들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LIV-PGA 합병을 뉴스로 접한 PGA 소속 선수들이 거센 반발과 함께 설명을 요구하자 직접 나선 것. LIV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골프 투어다.

이 자리에서 PGA 선수들은 "위선자"라며 제이 모나한에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LIV가 제의한 거액의 이적료를 뿌리치고 PGA에 남아 의리를 지키려 했는데, 이번 합병으로 다 헛수고가 됐으니 책임지라는 취지다.

"선수들에게 솔직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모나한은 솔직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PGA 프로 라이언 아머는 "모나한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잘 이겨내는 등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나 오늘은 실망으로 가득했다"며 "동료들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등에 칼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제프 오길비는 "오늘 모나한이 섰던 자리에 내가 서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신경질을 내는 선수들이 몇몇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생계와 직업, 그리고 사랑하는 스포츠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얻고 싶어하지 않나. 선수들 모두가 따돌림 당한 것 같았다"고 했다.

"모나한을 향해 '위선자'라고 비판한 선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길비는 "맞다. 모나한도 인정했다. 리더로서 때로는 나쁜 뉴스도 전해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안병훈은 트위터를 통해 "마쓰야마 히데키가 LIV 계약서에 사인했다면 스피릿 에어라인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농담을 던졌다. 히데키는 LIV 이적설이 돌았던 선수 중 하나로, 최근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참가를 위해 스피릿 에어라인을 이용했다. 히데키가 LIV로 이적했다면 자신이 이용한 항공사를 인수했을 정도의 거액을 손에 쥐었을 것이라고 농담한 것.

딜런 우는 "왜 모나한이 지난 2년 간 행보를 저버리고도 세계 골프의 CEO 직으로 승진하는 건지 누가 말 좀 해달라"며 "결국 돈이 최고라는 것"이라고 했다. PGA 사수를 주장했던 모나한이 LIV 합병으로 생길 신생리그의 CEO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제이 모나한 "위선자로 불리겠지만…골프 위한 신념 갖고 노력"


모나한은 선수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LIV와의 합병 결정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도 바뀌기 마련"이라며 "스포츠에서 이런 긴장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옳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다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위선자라고 부를 것도 안다"며 "나는 그 순간 가진 정보를 토대로 말했을 뿐이다. 또 우리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려는 편에 맞서야 했다"고 했다.

회동 분위기에 대해 모나한은 "강도 높은 회의였다"며 "선수들에게 한 번에 받아들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PGA 투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서약을 했다"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번 합병 발표 이후 LIV와 PGA투어가 어떻게 합쳐질지, 대회 진행은 어떻게 될지 등은 모두 미정인 상태다. 향후 계획에 대해 모나한은 "지금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확실한 것은 팀 골프를 위한 신념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AFP에 따르면 모나한은 바로 다음날(7일) 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9·11테러 유가족에게 합병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해 후회스럽다고도 말했다. 9·11테러 유가족들은 PGA가 사우디 국부펀드 후원을 받는 LIV와 합병하는 것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2000년 미국 9·11테러에 참여한 테러리스트 19명 중 사우디 출신이 15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족들이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모나한은 9·11 유가족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모나한은 "골프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라며 "내가 일으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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