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깜짝 감산'에도 유가 뒷걸음질…내년엔 오른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3.06.07 14:30

감산 발표 후 하루 만에 국제유가 하락세…EIA "내년엔 배럴당 84달러"

유조선이 중국 칭다오항에 입항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추가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가 중동 석유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데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아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한 탓이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가 내년까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 배럴당 84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국제석유통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시세는 6일 종가 기준 배럴당 76.29달러였다.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일 100만 배럴 추가 감축한다고 발표한 직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78.73달러까지 급등헀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6일 각각 74.31달러, 71.7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종가 대비 2.1%, 0.41% 하락한 수치다.

미국 부채한도 위기 해소 등 반등 요인이 충분한데도 시장은 지속적인 유가 하락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국제유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 제조업, 화물운송 분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석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은 최근 (원유) 소비 동향을 기준으로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월 OPEC 감산 조치가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하락 요인이다. OPEC 감산 조치로 생긴 '빈틈'을 미국·러시아산 석유가 메우고 있기 때문.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1일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미국 원유 수출량은 일 491만5000배럴로 3주 연속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량은 △첫째주 일 287만6000배럴 △둘째주 일 431만배럴 △셋째주 일 454만9000배럴이었다.

이는 시장 전망과 반대되는 행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2월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결정하면서 시장은 미국 원유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수출량이 증가한 것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미국 원유 생산량은 일 1269만6000배럴을 기록,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또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수출량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중국, 인도를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출 중인 러시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제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일 3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서방 제재로 잠시 난항을 겪었던 러시아의 석유생산 프로젝트 '사할린-1'이 최근 정상화되면서 수출량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국영석유회사 ONGC에 따르면 사할린-1을 통한 러시아 원유 생산량은 일 200만 배럴 수준이다. 사우디가 지난 4일 발표한 자체 감산량의 2배에 이르는 물량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OPEC이 계속 감산만 할 수는 없다"며 중동 산유국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일프라이스 닷컴은 미국이 SPR 재고 확보에 나서는 시점에 유가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SPR 재고는 지난달 26일 기준 3억5543만6000배럴로, 198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백악관은 배럴당 67~72달러 선에서 SPR 재고를 확보할 방침이다. 백악관이 곧 SPR 재고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

EIA는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84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IA는 "여행·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가솔린, 항공유 등 액체연료 수요가 2024년까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에너지전문매체 에너지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요는 지난 3월 일 1500만 배럴을 넘어 지난 4월 일 1606만 배럴에 달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 내 정제소들이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일시 중지했는데도 기록적인 수요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의 원유 수요가 더욱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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