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MZ세대 잡는다 "베트남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

머니투데이 호찌민(베트남)=이용안 기자 | 2023.06.07 05:40

[2023 금융강국 코리아]<2>신한은행-①

편집자주 |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 연이어 발생한 은행 파산은 '뱅크데믹' 충격을 남겼다. 새로운 금융 질서가 만들어지는 지금, 'K-금융'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꿈꾼다. 코로나19로 영업확장이 어려운 시기에도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글로벌 영업을 확대했다. K-금융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왔다.

"온·오프라인에서 떠나지 않을 고객을 확보하고, 락인(Lock-in) 전략을 강화해 베트남 내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현지 리딩뱅크와의 경쟁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고객의 락인'을 꼽았다. 락인 전략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디지털 이용이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디지털 강화로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봉제 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소도시의 공장 노동자보다는 도시 사무직 근로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올 1분기 기준 총자산은 9조859억원, 당기순이익은 675억원으로 베트남 외국계 은행 가운데 명실상부한 1등 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한국의 은행 최초로 1993년에 베트남에 출장 사무소를 설립했고, 2009년에 현지법인으로 전환한 뒤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왔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현지 리딩뱅크와 맞붙겠다는 자신감은 그간 쌓아온 신뢰에서 나온다. 지난해 베트남 은행권의 뱅크런 조짐에도 신한베트남은행은 오히려 수신이 늘어나면서 신뢰를 입증했다. 지난해 10월 사이공은행(SCB)이 베트남 안동투자그룹의 회사채 불법 발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 조짐이 있었으나 신한베트남은행의 예수금 규모는 지난해 10월말 52억9000만달러에서 12월말 56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디지털 전략 강화…인구 절반인 MZ세대 끌어오자"


지난 4월 베트남의 전체 인구수는 1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5000만명이 MZ세대로 한국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에 자리 잡은 이들이 대다수로, 은행 입장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 뒤까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고객이다.

MZ세대를 잡기 위한 전략은 디지털 강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5월 디지털 전담 조직 '퓨처뱅크그룹'을 신설하고, 디지털 영업점 신한 쏠 베트남(SOL VN)을 통해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은행' 만들기를 목표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2월 '디지털 고객 Cell'을 만들어 MZ세대 고객관리를 시작했다. 고객의 생일에 축하 기념 메시지를 보내고, 고객 생애주기에 맞춤 여·수신 상품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 더불어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상품 출시와 함께 올 1분기 기준 111만명의 디지털 고객을 확보했다.


MZ세대의 생활·소비습관도 주요 공략 포인트다. 지난 4월에는 1000여개 이상 e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최대 35% 캐시백 할인 행사를 통해 한 달 만에 주문 건수 4000건을 넘겼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3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티키(Tiki)와 티키페이 출시를 위한 사업을 제안하고 협업 추진에 나섰다.

황철오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오는 14일에 럭키 드로우 룰렛 게임을 SOL VN 앱 내 출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비금융 콘텐츠를 활용해 추가 적금 금리를 주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MZ세대 고객 유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치민·하노이 도시 근로자 집중 공략"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영업점 창구 모습. 오전 10시임에도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용안 기자
신한베트남은행은 디지털 고객뿐 아니라 오프라인 고객의 락인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의 사무직 근로자 대상 마케팅을 확대해 리테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베트남 공장 노동자는 회사 차원에서 급여통장을 단체로 거래한다. 사업주가 정한 주거래은행을 통해서만 월급을 받는데, 공장 노동자가 다른 공장으로 이직하면 주거래은행 통장도 바뀌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문 감소에 따라 여러 봉제 공장이 문을 닫아 노동자의 이직도 빈번해졌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 입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반면, 대도시 사무직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낮을 뿐 아니라 주거래통장의 선택권도 일정 부분 보장돼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올해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5개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려는 것도 대도시 공략 때문이다. 아그리은행 등 베트남의 리딩뱅크는 이미 100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단순 경쟁보다는 집중 공략할 고객을 확실히 정해 비교 우위를 갖는 것이 효율적이다.

강 법인장은 "우량기업에 근로하는 도시 근로자는 향후 베트남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할 중산층"이라며 "타겟 고객을 명확히 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해 리테일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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