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대수술에 착수했다. 부정 사용이 드러난 보조금은 전액 환수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매년 4000억원 총 2조원 급증한 보조금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국가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국민 혈세가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감시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3년간 국가보조금을 받은 1만2000여개 비영리 민간단체를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감사한 결과,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 사용액만 314억원에 달한다. 전체 민간 단체는 2만5000여개로 우선 절반 가량에 대한 감사 결과가 이날 발표됐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비영리 민간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익에 기여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민간단체 보조금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감시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잘못 사용될 소지가 많다. 국민의 혈세를 국민이 직접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진보 시민단체의 부정과 비리가 드러난 것"이라며 "국가 재정이 어려운데 이런 데 함부로 쓰이면 정작 취약계층 복지에 쓰일 재정이 부족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당초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배경엔 정의기역연대의 보조금·기부금 횡령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정부 조사 결과 지난 7년간 부처가 자체 적발한 문제사업의 총 적발 건수는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4개월간 확인한 부정사용액 314억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전 정부에서 시민단체의 보조금 부정 사용에 대한 '방조'가 있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시민운동을 한다는 선한 미명 하에 국민 혈세를 받아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건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라며 "시민단체 상당수가 시민 없는 상근자들 개인의 이익을 위한 단체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듯 원래 목적은 상실한 채 정치적 목적으로 서로 밀어주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도 다수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하는 시민단체의 현실"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적발된 사업이나 반복적, 선심성 보조금 사업 등에 대한 지급을 원점에서 면밀히 재검토해 당장 내년 예산에서 5000억원 이상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2조원 급증한 정부 보조금 규모를 기존 수준으로 원상복구하겠단 것이다.
이 수석은 "지난 정부에서 2조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마땅하지 않냐는 판단으로 5000억원 (삭감) 규모가 나온 것"이라며 "명목은 그럴듯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효과가 없는 사업들에 대해 가차 없이 예산을 구조조정해 국민들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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