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찔끔' 인상 역부족…'日 이자 116억' 한전, 솟아날 구멍은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3.06.04 18:17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44조원을 넘어섰다. 이자 비용만 하루 평균 116억원이다. 정부는 전기 요금을 소폭 올렸지만 전기를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 개선 없이는 한전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에너지 가격 하락과 요금 인상만이 한전의 탈출구라고 본다.

지난 2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60원(0.31%) 내린 1만9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 24위인 한전의 주가는 올해 들어 11.33% 하락했다. 지난해 6월8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2만37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18.43% 빠졌다. 시가총액은 2조 7155억원 줄었다.

한국전력의 주가가 저점에 머무는 이유는 지속적인 영업 손실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한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어난 21조5940억원, 영업손실은 20.7% 줄어든 6조177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4조9113억원이었다. 연료비·전력 구입비 등 영업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매출이 늘었지만 손실도 증가했다. 이는 전력 판매 가격이 구입 가격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 때문이다. 한전 입장에선 전기를 많이 판매할수록 손해가 쌓인다. 지난해엔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고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 도매가(SMP)가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자가 누적됐다.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44조6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한전과 자회사들이 낸 이자 비용은 1조480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116억원의 이자를 지출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이자 비용(62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소폭에 그치면서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발표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2.13% 하락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한전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전히 전기요금이 충분히 인상될 가능성이 작다는 실망감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전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지난달 25일 한전과 자회사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를 내고 한전의 자체신용등급(BCA)을 'baa2'에서 'baa3'로 한단계 낮췄다. Baa3는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하반기에 한전의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주가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연료비 부담 축소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구조적인 밸류에이션의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영업이익 확보, 즉 전기요금의 연료비용 연동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투자의견 '중립'(M.Perform)을 제시하며 "현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실적 측면에서 주가는 저점을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순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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