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광쥔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급)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에서 ARM이 중국 대학,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장 부부장은 1일 성명에서 "ARM과 같은 첨단 기술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하스 CEO의 이번 중국 방문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고, 중국 정부가 ARM의 현지 사업 철수 승인을 1년 이상 보류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짚었다. 하스 CEO는 지난달 29일 대만을 방문해 모바일 컴퓨팅 플랫폼을 공개한 뒤 장 부부장과의 회동을 위해 베이징으로 향했다고 FT는 설명했다. 다만 ARM 측은 하스 CEO의 방중 일정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ARM은 IPO 전 중국 사업부 철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승인을 1년 이상 미루면서 ARM의 중국 사업주 철수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ARM은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을 고객사로 둔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가 만드는 대부분의 프로세서에 핵심 설계를 제공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가 ARM이 설계한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ARM을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에 매각하는 40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추진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독점 규제에 부딪혀 해당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했고, 지난 4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ARM 나스닥 상장 서류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했다.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으로 80억~1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고, 이는 지난 10년 내 뉴욕증시 IPO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ARM은 나스닥 상장 전 수익 구조 극대화를 위해 중국 합작법인 ARM차이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방향으로 정리하려 했지만,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ARM과 소프트뱅크는 ARM차이나 주식 양도를 완료했다는 서류를 중국 당국에 제출했지만, 해당 서류는 아직 승인 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ARM차이나의 연간 매출은 약 7억달러, 이익은 4900만달러였다.
FT는 "미국과 영국의 수출 통제로 ARM은 이미 중국 고객사에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서비스 제공 불가) 상황을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반도체 자급자족'이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목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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