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빵 팔던 소년, '21세기 술탄'으로…에르도안은 누구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23.06.03 05:30

[스토리후]

(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대선이 진행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지자들을향해 연설을 펼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에서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69)은 이스탄불의 가난한 청년에서 대통령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3년 내각제 시절 총리로 취임한 후 헌법을 바꿔 대통령이 되면서 20년째 연속집권 중인데다 이번 대선 승리로 2033년까지 10년 더 집권할 길을 열었다. 이 경우 30년 통치도 가능하다. 이처럼 권력기반이 강한 그이지만 유년기도, 정치 여정도 순탄치 않았다.



파트1- 이스탄불 시장, 난제 풀며 급부상


에르도안은 1954년 이스탄불서 태어났다. 부모가 흑해연안 리제 출신이고 아버지가 이곳 해안경비대로 일하면서 소년 에르도안도 어린 시절을 리제에서 보냈다.

에르도안이 13살 때 가족은 이스탄불로 돌아왔지만 가난을 벗지 못했다. 소년은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 운전자들에게 물을 팔거나, 전통 참깨빵 '시미트'와 레모네이드를 길거리에서 팔며 생활비를 보탰다. 무슬림학교에 진학한 그는 사회참여,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미 10대 때 보수적 정치조직인 전국학생연합에서 활동하며 대중연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대 초반인 1976년 국가구원당(MSP)에 입당한다. 이슬람복지당으로 옮긴 그는 차츰 경력을 쌓다 마흔살이던 1994년, 바람을 일으키며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된다.

당시 이스탄불은 물 부족, 교통난, 대기오염까지 이른바 3대 난제에 허덕였다. 에르도안 시장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다뤄 인기가 급상승했다. 장거리 수도관을 깔아 물 공급을 늘리고 환경친화 버스를 도입해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식이다.

부패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시청을 개방하거나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이스탄불 도시 문제를 개선한 그는 유엔 해비타트 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유명인사가 됐다.
= 201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개막식에서 총리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홍원 당시 한국 국무총리, 터키 참전용사들과 함께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제공)2013.9.1/뉴스1


파트2- 위기 후 창당→총리→대통령까지


1997년 위기가 닥친다. 그가 범투르크주의 운동가의 시를 낭송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인종 및 종교적 선동을 금지하는 터키 법률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범투르크주의란 모든 투르크민족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일로 에르도안은 1999년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받는다. 4개월 복역 후 풀려난 그는 2001년 '정의개발당'(AKP)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부활을 노렸다. 그가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2002년 총선서 승리했다.

그런데 에르도안 당수는 당장 총리가 되지 못했다. 앞서 실형 선고와 복역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다음해인 2003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직접 출마, 의원이 된 후 마침내 총리에 올랐다.

'총리' 에르도안의 권력기반은 경제였다. 그는 이스탄불 인프라 해결 경험을 살리듯 경제 성과를 통해 많은 빈곤층의 경제사정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총리 10년간 튀르키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5%라는 통계도 있다.


사형제 폐지 등 서방에서 보기에 개혁적인 조치도 내놨다. 튀르키예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 유럽연합(EU) 가입을 줄곧 추진했다. 이처럼 국내외 모두 평가가 높아지던 '경제총리' 에르도안은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개헌에 나섰다.
(앙카라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트3-'스트롱맨' 권력 다져, 개헌으로 장기집권


튀르키예는 건국시기부터 의원내각제 중심이었다. 간접선거로 뽑는 대통령의 실권은 약했다. 그런데 AKP의 당규는 총리를 네 번 연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에르도안 총리는 201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바꿨다. 이어 2014년 튀르키예 사상 첫 대통령 직접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통령이 된 후엔 점차 권위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다. 야당을 무력화하고 외교무대에서는 독자 노선을 강화했다. 2016년 튀르키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 쿠데타는 진압됐고,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안정을 명분으로 권위적 통치를 급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튀르키예는 2017년 총리직을 아예 폐지하며 대통령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 집중제'의 첫 대선인 2018년 당선되며 권력을 더욱 굳혔다.

이어 올해, 5년만에 다시 열린 대선에 당선돼 2028년까지 정권을 연장했다. 튀르키예 헌법은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되면 추가로 5년 더 집권할 수 있게 한다. 2028년 대선을 치른다면 2033년까지도 집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3연임을 할 수 없자 한 차례 총리가 된 뒤, 다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7월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3자 정상 회담 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30년 집권 가나…민생 경제·국민통합 과제


길거리에서 빵을 팔며 생활비를 보태던 소년은 이제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스트롱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정책방향이 미국 중심의 서방 국제질서에 순순히 응하는 것도 아니어서 존재감이 더욱 크다. 물론 순전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기라기보다 인구 및 국력, 지정학적 강점 등 튀르키예가 지닌 저력도 한 배경이다.

한편 경제 성적표로 권력을 유지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최근 튀르키예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의 의식주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걸로 분석된다. 올 초 가지안테프 등을 강타한 대지진 여파도 적잖다.

여기에 야당의 경쟁후보는 1차 대선에서 44%, 결선에서 49%를 얻어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였다. 경제 실망감에다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있는 걸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위주의 통치를 유지할 수 있지만 사실상 '독재자'라거나 옛 이슬람 세계 통치자를 뜻하는 '술탄'으로 불리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르비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8월18일(현지시간) 르비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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