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냐, 고덕이냐…33번째 한강 다리 '이름' 두고 불 붙은 신경전

머니투데이 경기=이민호 기자 | 2023.05.30 12:25
공사가 한창인 33번째 한강다리/사진제공=구리시
33번째 한강다리 이름을 두고 경기 구리시와 서울 강동구가 대립하고 있다.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강동구는 '고덕대교'로 주장한다.

30일 구리시에 따르면 두 지자체간 명칭 다툼이 벌어진 다리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전장 약 2㎞의 한강 횡단 교량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부터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 공사를 시작해 해당 교량을 건설 중이며 2024년 하반기 개통 예정이다.

구리시는 이 다리의 한강 구간 87% 이상이 행정구역상 구리시이고 사장교 상판에서 케이블을 잇는 주탑 2기가 구리시에 속해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구리대교'를 주장한다.

구리시로서는 이번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더 있다. 그동안의 '아픈' 역사 때문이다. 앞서 완공된 구리와 서울을 잇는 2곳의 다리에도 구리시 지명을 제대로 넣지 못했다. 첫 번째 다리는 강동대교, 두 번째는 용마터널에서 연결되는 구리암사대교다.

용마터널의 경우 터널 대부분이 아차산을 통과하고 있어 '아차산터널'로 짓자는 구리시의 주장이 무산됐고, 중랑구 면목동 소재 용마산 이름을 딴 용마터널이 됐다. 그나마 겨우 반으로 얻은 이름이 구리암사대교다. 서울과 경기도의 지명을 함께 쓰는 유일한 한강 다리이지만 대교 이름은 4글자로 통용돼 주로 '암사대교'로 불리우고 있다.

구리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2월에 시작한 '구리대교 명명을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에 현재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구리시 인구 18만 명 중 50%가 넘는 참여율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시민들의 바램처럼 이 다리가 '구리대교'로 새 이름이 지어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리대교'로 명명을 위해 구리시의회는 물론이고 경기도의회도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7일 이은주 도의원(국민의힘·구리2)이 대표 발의한 '세종~포천고속도로 제14공구 한강 횡단 교량 명칭 구리대교 명명촉구 건의안'을 원안 가결해 지명심의기관인 한국도로공사와 국가지명위원회에 전달했다.

반면 서울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사업초기부터 '고덕대교'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점 △강동구가 531억6000만원의 광역교통분담금을 납부하고 협조하는 점 △'구리암사대교'와 혼란 야기 등을 들고 있다.

강동구도 지난해 '고덕대교' 명칭 제정 서명운동을 벌여 구민 등 7만2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2월에는 고덕대교 및 고덕나들목 명칭 확정 촉구 결의안을 구의회 차원에서 채택했다.

또한 서울시의회 박춘선 의원(국민의힘·강동3)은 지난 4일 열린 '2023년 제1차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세종~포천 고속도로' 제14공구 한강 횡단 교량 명칭이 '고덕대교'로 최종 원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교명 결정은 올해 하반기 열릴 지자체, 도로공사 합동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간 이견이 계속될 경우 한국도로공사 심의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로 상정돼 결정된다. 두 지자체간 명칭 다툼이 행정기관, 시민, 지방 정치권까지 확대되면서 앞으로 전개방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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