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문을 개방한 범인을 제압해 '빨간 바지 의인'으로 불리는 이윤준(48)씨는 "얼떨떨하고 황당한 주말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윤준씨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에는 빨간 바지가 범인이라고 나돌아 황당했다. 전 그냥 승무원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자고 나니까 의인이 돼 있었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인 이씨는 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착륙 직전인 상공 213m에서 출입문을 연 범인의 팔을 끝까지 붙잡아 제압한 의인으로 알려져 있다.
26일 낮 12시45분쯤 일어난 문 개방 상황에 대해 이씨는 "이어폰 끼고 음악을 들었는데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고 헤드셋이 날아갔다"며 "하늘에 구름도 보이고 이거 뭐지? 이런 생각도 들고 바람이 엄청나 진짜 얼굴이 따가웠고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륙하려고 하고 바퀴가 탁 땅에 대이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잘 달리던 상황인인데 그때 갑자기 이 친구(범인)가 벨트를 풀더라, 제가 시선을 제 대각선쪽에 앉아 있는 승무원 쪽으로 돌리자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이야기 하더라"며 "뭔가 싶어서 보니까 그 친구가 비상구 쪽으로 매달려 고개를 숙이면서 나가려고 해 그냥 제 왼손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왼손으로 잡고 당기고 하던 중 승무원 3명인가 4명이 같이 오셨고 그다음에 승객들이 또 와 거구의 친구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 (나에겐)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문이 열렸을 뿐,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문을 열려고 했겠는가"라며 범인이 문을 열었을 것으로는 "상상을 못 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범인을 제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구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 그사람은) 뭔가 째려보는 눈빛, 씨익 웃는 느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세상을 다 포기한 그런 느낌이었다"고 문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범인의 눈빛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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