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외교 나선 사우디…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

머니투데이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 2023.05.28 08:00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35_"사우디아라비아 광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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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우측)과 파이살 빈 파르아한 알 사우드 외교장관이 6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인접 국가들을 대상으로 광폭 외교 활동에 나서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앙숙인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은 물론 예멘, 수단 등 내전으로 정세가 어지러운 국가들의 문제 해결에도 앞장선다. 안보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의 이 같은 광폭 외교가 미중 패권 경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사우디의 광폭 외교가 중동 지역 지정학과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란, 시리아, 예멘, 수단, 팔레스타인…중동 지역 광폭 외교 나선 사우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올해 초 오랜 숙적이었던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앞서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자 이란 시민들이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지난 3월 양국 외교장관은 중국 중재 하에 외교 관계를 회복하고 대사관을 양국 수도에 열기로 합의했다. 또 항공편 증설,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이란인들에 대한 메카 성지순례 재개 등의 조치도 논의했다.

지난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AL) 연례 정상 회의에는 퇴출됐던 시리아가 12년 만에 참석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확대되자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금지된 화학무기까지 살포하는 등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살상했고, 이에 아랍연맹은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사우디 주도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시리아는 국제사회 복귀 발판을 마련했다.

(제다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1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했다. 23.05.1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멘 내전에서도 사우디가 평화적 해결을 이끈다. 과거 후티 반군이 이란 지원하에 쿠데타를 일으켜 예멘 정부를 몰아냈고, 사우디는 수니파 아랍 국가들과 연합해 후티 반군을 공격했다.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이 심화하면서 약 40만 명이 죽고 20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의 전향적인 외교 노력으로 포로 석방과 교환이 이뤄지고,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격화된 수단 내전에서도 사우디의 역할에 주목한다. 내전 사태가 악화하자 사우디는 즉각 해군 함정을 파견해 이란인들을 포함한 외국인 수천 명의 대피를 추진했고, 미국과 함께 수단의 양측 군벌을 중재해 단기 휴전 협정을 맺도록 했다. 이를 통해 민간인 대상 폭력 금지, 자유로운 이동 보장, 구호품과 식량 제공, 병원에서 군대 철수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의 관계 회복에도 적극 나선다. 앞서 2007년 하마스가 사우디 중재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주축 세력인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 지구를 장악하자 양측의 관계가 틀어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사우디가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들을 초청해 메카 성지순례를 하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양자 회동을 가지는 등 관계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사우디가 최근 안보 불안을 느끼면서 이란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외교·안보 파트너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우디는 2019년 후티 반군에 의한 아람코의 원유시설 피습 이후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미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우디 광폭 외교, 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


이 같은 사우디의 광폭 외교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질서도 급변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한 중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이 커졌다. 사우디는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중국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임의 확대 개편을 추진하며 사우디와 이란의 가입을 공식 요청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사우디를 방문해 일대일로 사업과 사우디의 국책 사업 '비전 2030' 간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사우디의 우방이었지만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미국의 대중동 외교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우디의 안보 시스템이 여전히 미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아무리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어도 석유 자원 등 이 지역의 현안들이 국익과 연관된 만큼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우디를 방문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논의했다. 특히 미국은 사우디를 포함하는 중동 철도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번 보좌관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인도의 고위 관계자들과 철도망 건설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철도망 건설 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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