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사 풀카운트→2R 복덩이의 빗맞은 적시타, 26이닝 무득점 부담감 지웠다

스타뉴스 고척=김동윤 기자 | 2023.05.28 07:41
김동헌(오른쪽)./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9회 빅이닝을 만들며 3일간 26이닝에 걸쳐 이어졌던 지긋지긋한 무득점 행진을 끝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굴레를 끝낸 것은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25)도, 속 시원하게 외야를 가르는 정타도 아니었다. 19세 막내가 힘차게 휘두른 스윙에서 나온 빗맞은 타구였다.

키움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5-6으로 패했다. 4연패에 빠지면서 19승 28패로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7경기에서 키움은 8득점에 그치는 등 타선 침체가 심각했다. 급기야 24일 수원 KT 위즈전 9회 이후에는 2경기(18이닝) 연속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좋은 선수를 올리고, 감이 좋은 타자의 타순을 올리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좀처럼 잘 맞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고 간신히 득점권을 만들면 초구에 허무하게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프리배팅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장비를 정리하던 한 선수는 최근 분위기에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한 것은 사실이다. 텍사스 안타라든지 빗맞은 타구라도 안타로 이어지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다음 베이스까지 거리가 참 멀게 느껴졌다. (득점권 상황도) 3루에서 홈까지 딱 한 베이스만 더 가면 되는데..."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될 듯하면서도 안 풀리는 결과에 선수들도 지쳐갔다. 하지만 키움 타자들은 묵묵히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저녁 경기 후 다음날 낮 경기가 잡힐 경우 보통 자율 훈련에 들어가지만, 이날 고척스카이돔 필드에는 일찍 배팅케이지가 차려졌다. 그라운드 뒤에서는 조용히 파이팅을 외쳤다. 최고참 이용규는 부상 중에도 단체 대화방에서 조언을 잊지 않았고, 벤치에 있는 선수들은 고개 숙이고 들어오는 타자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타자들이 가장 미안해했던 투수들은 '이럴 때도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롯데 안권수가 27일 고척 키움전에서 6회말 이정후의 좌측 파울 라인 넘어 담장으로 향하는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이날도 키움에는 참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롯데 선발 찰리 반즈의 호투에 이닝이 순식간에 끝났고 잘 맞은 타구는 좌익수 안권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심판의 아웃 선언에 더그아웃으로 돌아서는 2회 이원석과 6회 이정후의 표정과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0-6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키움은 프로 2년 차 진승현을 상대로 또 한 번 힘을 냈다. 이정후, 김혜성은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송성문은 볼넷을 골라 1사 만루를 만들었다. 26이닝 연속 무득점을 지우기 위해 남은 거리는 27.4m. 베테랑 이원석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나고 마지막 타자는 김동헌.


2023 신인 2라운드로 지명된 김동헌. 충암중-충암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지명된 그는 올 시즌 키움의 복덩이로 불린다. 지난해 주전 포수 박동원(33·LG 트윈스)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나온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이기 때문. 포지션 특성상 고졸 루키가 1군에 곧바로 안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올 시즌 29경기 타율 0.230, 출루율 0.333 장타율 0.311 OPS 0.644로 나름 순조롭게 1군 무대에 적응하고 있었다. 특히 선발 출장해 마스크를 썼을 때는 OPS 0.711로 1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중 5번째로 높은 OPS를 기록 중이었다.

2번 연속 히팅포인트를 맞히지 못하면서 2스트라이크 2볼. 윤명준의 5구째는 빠르게 휘둘러봤지만, 파울 타구가 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떨어진 포크를 상대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러 가까스로 맞히는 데 성공했다. 강하게 고척돔 내야를 치고 간 땅볼 타구는 2루 쪽에 좀 더 치우쳤던 유격수 옆을 스치는 2타점 적시타가 됐다. 길었던 26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이 끝나는 순간.

김동헌(오른쪽)./사진=키움 히어로즈

올 시즌 김동헌은 이지영과 단둘이 안방을 책임지는 탓에 경기 후반 득점 찬스에도 교체 없이 타석에 서는 일이 늘고 있다. 그때마다 적극적인 스윙으로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만들어 내는 등 신인의 패기를 보여줬고, 그렇게 쌓인 경험이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막내가 혈을 뚫자, 부담감을 털어낸 형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롯데가 급히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으나, 이형종이 몸에 맞는 볼로 다시 만루를 만들었고 임지열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만회했다. 웬만하면 선수를 믿고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휘집을 임병욱으로 교체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휘집이 김원중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좋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 첫 2구를 헛스윙하며 2스트라이크 0볼의 불리한 상황에 있던 임병욱도 후배 김동헌처럼 마지막 한 구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파울-볼-파울. 그리고 다시 이어진 포크볼에 방망이를 갖다 대 땅볼 타구를 만들었고 이 역시 2루수 옆을 스치는 한 점 차 박빙 승부를 만드는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이후 이정후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지만, 키움은 12일 고척 NC전 이후 약 보름 만에 9회 빅이닝을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동헌은 어떻게든 될 것만 같은 타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키움에 물꼬를 터주면서 또 한 번 복덩이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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