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007이 읽는 신문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3.05.24 14:15
김화진 /사진=김화진
제임스 본드도 신문을 읽는다. 이언 플레밍은 본드가 읽는 유일한 신문이 더 타임스(The Times)라고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57)에 써놓았다.

일간신문의 이름에 뉴스가 아닌 타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은 특이하지만 더 타임스 때문에 세계의 많은 신문이 이름에 타임스를 붙였다. 그 대표가 미국의 뉴욕타임스다.

타임스는 1785년 1월 1일 존 월터(John Walter, 1738~1812)가 창간했다. 1785년은 나폴레옹이 육사를 나와 포병 소위로 임관된 해다. 타임스는 대중에 봉사할 목적으로 "시대(the times)의 주요한 사건들을 기록하기 위해" 창간되었다. 초기에 타임스는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대륙의 소식을 입수해서 전달하는 데 강점을 쌓았고 정부 관리와 금융인들의 인기를 끌어 성공했다. 1803년에 아들 존 월터 2세가 승계했다. 아들은 이튼과 옥스퍼드 출신의 법조인, 정치인이었다. 당시 뉴스산업 내 경쟁이 심하지 않아서 수익성이 좋았던 덕분에 타임스는 정치, 문학, 예술 등 분야에서 저명한 필자들을 확보해 높은 수준의 고료를 지불했다.

아직 문맹률이 높았던 1815년 당시 발행부수는 5000부였다. 톰 행크스의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2020)에서 보이듯 19세기 이전에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먼 곳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방법은 누가 신문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우리 마을에 철도가 들어온다는 소식은 물론이고 먼 동네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도 궁금해 하면서 신문 읽어주는 사람에게 힘들여 번 돈을 기꺼이 냈다.

이 시기에 타임스는 증기구동 윤전기 인쇄와 증기기관차 배송으로 영향력을 더 키웠고 언론사 최초로 종군기자를 크림전쟁(1853~1856)에 파견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되었다. 타임스는 영향력이 엄청나서 링컨 대통령은 세상에 미시시피강과 타임스 둘보다 더 강력한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타임스는 존 월터 3세에게로 3대 승계되었다. 재정 위기를 겪었으나 유능한 편집장 덕분에 재기했다. 그러나 타임스는 20세기 초에 타임스가 미국에서의 판매를 담당했던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오너들간 분쟁을 계기로 브리태니커와 결별하고 1908년에 법인화한 다음 비스카운트 노스클리프에게 매각되었다. 노스클리프는 데일리메일(Daily Mail)과 데일리미러(Daily Mirror)의 소유주였다. 존 월터 3세는 타임스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는데 그 지위는 후일 4대인 아서 월터가 승계했다.


타임스는 1922년에 존 애스터에게 매각되어 월터 패밀리 전승은 마감되었다. 1966년까지 애스터가 소유하다가 선데이타임스(The Sunday Times) 소유주였던 캐나다의 로이 톰슨에게 매각되었다. 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는 1981년에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인터내셔널로 넘어갔다. 지금의 뉴스UK다. 두 신문은 합병되어서 한 회사(Times Newspapers)에서 발행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도 공동으로 쓴다. 타블로이드인 더 선(The Sun)과 데일리메일을 제외하면 선데이타임스가 영국 1위, 타임스가 2위의 발행부수다.

타임스는 가디언, 데일리텔레그래프와 함께 영국 3대 신문이다. 영국의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심지어는 영국 정치체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까지 여겨진다. 대체로 중도-보수 매체로 분류되지만 좌우 불문하고 영국의 엘리트 계층이 진지하게 읽는 신문이다. 실제로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를 번갈아 했고 경영진과 편집진도 진보, 보수를 아우른다.

타임스는 기사와 칼럼이 세심하게 조율되고 정직성과 책임감에 기초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제국주의 시대에는 해외에서 대영제국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모든 공적인 이슈에서 항상 영국의 국익을 염두에 두었다. 여기서 편집진과 총리 관저 사이에 긴밀한 연락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었다.

영국의 유명 정치풍자 TV 드라마 'Yes, Prime Minister'(1986)에서 총리가 하는 대사가 두고두고 인용된다. "데일리미러는 자기들이 나라를 통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는다. 가디언은 자기들이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고 더 타임스는 실제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이 읽는다. 데일리메일은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의 부인들이 읽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나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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