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의대광풍 역행하는 필수의료 부재 대안

머니투데이 천은미 이화여대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 | 2023.05.25 02:02
천은미 이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초등학교 4학년이 엄마 손에 끌려 초등의대 입시반에 등록하고 수많은 대학 신입생이 첫 수업도 듣지 않고 의대 입시학원에 등록한다. 지방의대에 합격한 경우도 수도권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에 등록한다. 이러한 의대광풍에도 지방과 생명 관련 필수의료에는 심각한 의사부족으로 안타까운 사례가 속출한다.

40여년 전 필자가 의대에 지원할 때는 과학인재들은 본인의 재능에 적합한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분야에 많이 지원했고 과학분야를 지원하는 인재들이 본인들의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과학분야 인재가 이탈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수련기간이 길고 힘든 필수의료분야 지원자가 감소하는 문제들이 발생해 의과대학으로 원상복귀하는 과정도 초래됐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는 수련기간에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많고 고난도 수술분야는 도제식 장시간 수련이 필수며 예기치 않은 응급상황과 당직 등의 어려움을 오로지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6시간 이상 소요되는 고난도 수술비가 세계 최저수준인 200만원도 안 되게 책정된 데 반해 불가항력적으로 의료소송이 발생하면 20억원 가까운 소송비용을 개인이나 병원이 감수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외과수술분야와 진료비 외엔 고가검사가 없는 소아과나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분야에 의료인력이 지원하기 위해서는 위험도에 비례하는 적정 의료수가와 소송위험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고난도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와 병원에게 비합리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는 초대형 병원조차 수술을 위한 의료진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게 되고 전공의 지원은 없어지면서 필수의료의 공백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전문의 과정 없이 의사면허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하고 비급여분야가 많은 피부성형분야에 지원자가 증가하는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의료정책의 장기적 개선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인력부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의사 수가 적어 발생한다는 이론으로 의대정원 확대가 요구되지만 반대입장에서는 저출산으로 장기적으로는 의사 공급과잉 문제가 필연적이며 의대정원을 확대하더라도 비급여 진료과로 치중돼 국민 의료비만 증가할 위험이 높다는 주장이 상충한다. 감기 같은 경증질환도 수도권 3차 의료기관에서 누구나 진료가 가능하고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국민의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다. OECD 대비 외래진료 횟수는 3배, 입원환자 재원일수는 2배를 초과해 제도적 보완 없이는 수도권 대형병원은 5분 진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지방이나 공공의대를 증설하더라도 수도권 병원 쏠림현상과 필수의료 부족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지역인재제도 혜택으로 입학한 의대생들조차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 병원에 지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대형 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을 자제하고 지방에 대형병원 분원을 설립해 전공의들이 수도권에서 수련 후 부모님이 계시고 교육받은 지역에서 근무할 여건을 형성해 수도권과의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지역병원을 선호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제안해본다.

간호법의 쟁점이 된 PA(Physician Assistants/Associates)는 석사 의학과정 프로그램 이수 후 2000시간 이상 임상경험과 자격시험을 통과한 공인된 임상의로 의사의 관리하에 처방, 수술보조 등의 환자진료에 참여할 수 있으며 PA 수요는 10년간 30% 이상 증가가 예측된다. 반면 국내는 교육기관과 법·제도가 없는 상황이어서 초대형 병원조차 전공의가 부족한 외과분야에서 간호사 인력에게 비공식적으로 운영해 의료범위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보수 면에서도 공식적인 PA로 일하는 경우에 비해 보상이 낮다. 필수의료 공백해소와 의대정원 확대의 대안으로 의대설립을 희망하는 지역에 PA교육을 위한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전공의 지원이 부족한 외과, 흉부외과, 소아과 같은 필수의료과에 우선적으로 PA를 투입하면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공백을 대승적 차원에서 점차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합리적인 의대정원 문제와 PA제도 정착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베스트 클릭

  1. 1 쓰레기만 든 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짓밟고 헤어드라이기 학대…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의붓아들 [뉴스속오늘]
  4. 4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
  5. 5 "1m 도마뱀 돌아다녀" 재난문자에 김포 '발칵'…3시간 만에 포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