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장원준(38)이 2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958일 만에 선발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5년, 정확히는 1844일 만에 승리를 위해 오랜 짝꿍 양의지(36)와 호흡을 맞췄다.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5이닝 동안 70구를 던져 7피안타 4탈삼진 4실점, 타선의 도움까지 보태 간절했던 1승을 보탰다. 37세 9개월 22일. 130승을 달성한 역대 11번째 투수가 됐다. 좌완으론 최고령 기록이다.
길어진 부진 속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 전 새로 사령탑에 오른 이승엽 감독과 면담을 통해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경기 후 만난 장원준은 "제 생각을 먼저 물어보셨다"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감독님께서도 이렇게 은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1년 기회를 줄테니 한 번 잘해보자고 말씀하셨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부진했던 5년 돌아본 장원준은 "많이 쫓겼던 것 같다. 심리적으로 '빨리 복귀해서 팀에 보탬이 돼야지'라는 생각으로 너무 쫓겨서 2군에서 준비할 때도 너무 급하게 했던 게 역효과가 나서 부진이 길어진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제 몸 상태가 예전 그 폼이 안 나오는 폼인데 자꾸 그 폼을 쫓아가려고 그랬다. 오히려 더 컨트롤도 안 좋아지고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투구폼도 재정비했다. 퓨처스(2군)에선 권명철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투심패스트볼도 장착했다. 이게 효과를 봤다. 이날도 70구 중 31구가 투심이었다.
무엇보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있어 든든했다. 장원준은 "5년 만에 배터리를 맞춘 건데 그냥 의지만 믿고 던졌다"며 "예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선배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심지어는 막걸리의 기운까지 빌렸다. "제가 막걸리를 사놨다. 원준이 형이 라커 위에 올리더라. 다행히 잘 풀린 것 같다"는 양의지는 "좋은 기운이 나오도록 살짝 뚜껑을 열어놨다. 잘 풀리라고 많이 뿌려놨다"고 설명했다.
큰 일을 해낸 선배를 위한 특별한 선물도 있다. 양의지는 "이따가 맛있는 밥 사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2015년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으로 이적하며 84억 원 대형 계약을 맺었던 장원준이다. 과거 밥을 많이 얻어 먹었다는 양의지는 그 사이 NC로 이적하며 4년 125억 원, 다시 두산으로 돌아오며 4+2년 152억 원을 챙기며 KBO리그 FA 누적 수입 1위에 등극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양의지는 베테랑 대우에 진심이다.
"(장원준이) 많이 늙었죠. 안쓰럽죠. 저도 늙었는데... 처음에 (두산에) 왔을 땐 돈을 많이 받고 왔기 때문에 밥을 많이 사줬는데 이젠 제가 (김)재호 형이랑 원준이 형이랑 열심히 모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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