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SG 시대, 선택이 아닌 필수

머니투데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2023.05.25 05:01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U(유럽연합), 미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은 ESG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EU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 강화, 환경·인권 등에 대한 공급망 실사의무 부여,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나섰다.

이런 규제 강화는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극단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환경, 산업재해 등 ESG 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자체에서 배제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ESG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한편, 이를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시, 평가, 투자로 이어지는 국내 ESG 제도 전반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첫째, 글로벌 정합성에 부합하되 국내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ESG 공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의 정책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2025년부터 대형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투자자, 기업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3분기 중 구체적인 대상기업, 공시기준, 인증체계 등을 담은 국내 ESG 공시 제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 ESG 평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ESG 평가시장의 중요성이 증가함에도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기관 간 결과의 차이가 크고,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 평가결과가 산출되는지 알기도 어렵다. 평가기관 간 평가 모형에 차이가 있어 어느 정도 결과의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재 과도한 차이로 인해 평가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기업에 '엇갈린 신호'를 줘서 기업의 ESG 개선 동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ESG 평가기관과 기업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ESG 평가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통해 평가기관이 평가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토록 하는 한편, 자문서비스와 평가 간 이해상충 가능성도 차단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자가 ESG 평가 정보를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셋째, ESG 투자 등을 위한 ESG 금융을 활성화해 기업의 ESG 역량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우리 경제가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나가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책 금융기관의 자금집행 우선순위를 조정해 기업의 저탄소 시설로의 전환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녹색 채권 발행도 지원하고자 한다. 사회·지배구조 분야에 있어서도 사회적 채권 발행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포용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한 관계부처와 함께 ESG 경영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내 기업의 ESG 역량 자체를 높이고자 한다.


ESG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주 듣는 몇 가지 의견이 있다. 'ESG는 기업의 경영활동과 무관하다',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와 같은 의견이 대표적이다. 그 취지는 일부 이해할 수도 있으나 동의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 주요 선진국은 ESG 관련 정책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 제도도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ESG 정책이 규제로서 성격도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근본적으로는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탄소저감기술 개발 등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포용성과 투명성을 제고해 우리 경제가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다.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규제환경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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