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당했던 日의 반도체 수출규제…"中, 美제재보다 두려워해"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5.23 17:30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사진=블룸버그
중국이 일본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미국 제재보다 두려워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중국의 첨단반도체뿐 아니라 성숙공정 반도체까지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일본의 광범위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시행으로 차량용 반도체,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범용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23일부터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 네덜란드와 공동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첨단반도체 제조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해 미국, 한국 등 우호적인 42개국·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수출할 때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얻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앞서 공개된 일본의 수출 규제 세부 조항을 검토한 후 일본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회사의 한 고위임원은 "일본의 수출 제한은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보다 중국에게 더 충격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16㎚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일본 니콘의 노광장비/사진=니콘 홈페이지
중국이 우려하는 이유는 일본의 수출 규제 계획이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45나노 같은 범용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니콘의 노광장비를 수출 규제에 포함할 정도로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 바 있다.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제에 들어갔다.


반도체 회사와 밀접하게 협력하는 한 중국 정부 인사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은 첨단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노광장비만 대중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기대한 반면, 경쟁업체인 니콘은 일본에서 더 광범위한 제한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ASML와 밀접한 한 인사는 "일본 정부가 라이선스(허가)를 발급해줄지가 문제"라며 "일본 정부가 우리(네덜란드)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은 규제와 관련해 올해 매출액이 23% 쪼그라든 약 123억달러(약 16조2400억원)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수출 규제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클 것이며 어떤 장비가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다.

한편 지난달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제한받을 반도체 장비의 범위가 너무 넓으며 성숙반도체 기술을 위한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부에 "일본 정부가 중일 반도체 산업 간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파괴하려고 한다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8나노 이상 성숙공정은 향후 3년간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능력의 75~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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