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정부 IT사업' 결국 좌초?..정부 vs 업계 날선 책임공방 예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3.05.23 16:04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정부 IT 시스템 개편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업파행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정부와 업체간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 CNS(엘지씨엔에스)·한국정보기술· VTW(브이티더블유) 등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 수주 사업자들은 최근 복지부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사업 진행과 관련해 업체들로부터 애로사항이 (구두로) 전달된 것은 있다"면서도 "계약 변경에 관한 내용은 문서로 작성돼야 한다. 문서로 정식 접수된 건은 없다"고 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전면 개편을 진행해 왔다. 다년간 시스템을 재구축하면서 지금까지 총 35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1200억원 규모의 이번 사업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사회보장정보시스템(범정부) △복지로포털 △전자바우처시스템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 유관시스템 등으로 난립하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간소화하는 사업이다.



LG CNS 등 3개사, 2020년 3월부터 사업 진행.... 3년여만에 계약해지 통보


2020년 LG CNS를 중심으로 3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주했는데 과거의 복잡한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복이음'(한국정보기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쓰는 '희망이음'(VTW) △대국민 서비스 '복지로'(LG CNS) 등으로 개편하는게 골자다.

2021년 9월 '복지로' 일부 서비스 개시 등 1차 개통에 이어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9월 행복이음·희망이음 일부(2차 개통) △11월 희망이음 전체(3차) △12월 통계시스템 개통(4차) 등이 완료됐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차 개통 당시 대규모 오류가 발생하면서 사업이 파행해왔다. 요양시설과 아동센터 복지급여 신청이 먹통이 되고 시설 종사자의 입퇴소 행정처리가 지연됐으며 보육료 책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대학 입학을 위한 수급자 증명서 발급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이후에도 LG CNS가 전체 사업의 오류복구와 사업 완료에 매진해 왔지만 예상기한을 5개월 가량 넘어선 현재까지도 사업은 완료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도 예상보다 늦은 진척에 의구심을 표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번 계약해지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당한 대가 지급 없었다" vs "빈번 인력교체 탓"


업계에서는 빠듯한 과업 요구와 변경 발주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공공 IT사업의 고질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방대한 정부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사업 예산이 1200억원으로 과소 책정된 것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2010년 추진된 교육학술정보시스템(NEIS) 구축에 책정된 예산이 1700억원이었다.

2차 사업이 오류가 발생한 것은 구축업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미 완료된 1차 사업 때도 추가 인력·시간 투입 등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 4차 사업이 현재 계약대로 진행될 경우 LG CNS 등 컨소시엄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반응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IT 사업은 '정부사업을 수주했다'는 레퍼런스(사업실적) 확보 빼고는 수익성측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업내용이 수시로 변경되는 데 대한 대가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고 사업규모가 커지더라도 업계가 고스란히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는 업체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공공 발주 예산의 과소 편성이나 추가대금 지급 요구가 하필 사업 종료 시점을 지난 지금 와서 제기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데 비해 업체들이 계약해지를 선제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서도 반감을 내비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는 코로나 확산기로 IT 업계에서도 인력난이 심화됐던 때였다"며 "이번 사업에 꾸준히 배치돼 있어야 할 인력들이 수시로 교체된 탓에 사업이 지연된 측면도 있는데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발주처와 수주사간 이견이 큰 만큼 사업 좌초시 책임공방과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적 불편과 비판여론도 커지는 만큼 양측이 사업 재개를 위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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