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브랜드 카스텔라의 눈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3.05.22 06:05
"이 제품은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판매할 계획도 없습니다."

지난 3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중지 및 회수 명령을 받은 이른바 '노브랜드 카스텔라'의 재판매 여부를 묻자 이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한 중소기업이 수입해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비롯한 유통 채널에 공급한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은 가성비 빵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식약처의 판매 중지 결정 이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이 카스텔라를 최초로 검사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방부제 성분인 '안식향산'이 허용 기준치(1kg당 0.0006g 이하)의 약 73배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검사 결과를 신뢰한 식약처는 즉시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고, 언론은 이를 토대로 '방부제 카스텔라' 기사를 보도했다.

약 2주 뒤인 4월 12일 저녁 식약처는 이 사실을 완전히 뒤집은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다. 재검사 결과 이 카스텔라에서 안식향산이 검출되지 않았고, 이를 고려해 회수 명령 조치를 11일자로 철회했다는 것이다. 원래 아무런 위험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왜 이런 '극과 극'의 검사 결과가 나왔을까. 식약처 관계자는 "검사 시료는 동일했다"며 "조사 연구원과 장비, 실험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추정될 뿐 특별히 한 두 가지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지자체의 최초 검사를 믿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만 수십 번의 재검증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애초 장비와 실험 환경이 잘못됐다면 검사 오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식약처도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업체 요청에 따라 재검증 절차를 마련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서 보듯 '낙인효과'를 없애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국민 건강이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대원칙은 동의한다. 그러나 잘못된 검사 결과에 대해선 제대로 인정하고 해당 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어도 어떤 이유로 식품 성분 분석 검사 결과에 오류가 발생했는지, 앞으로 이 식품을 계속 섭취해도 괜찮은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과거 비슷한 이유로 수 백억원대 손실을 본 대기업도 있었다. 중소기업이라면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제2, 제3의 노브랜드 카스텔라 사태를 막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기대한다.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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