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장대비·빈혈도 못 막은 꼴찌 레이스…완주 소감에 전세계 '감동'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 2023.05.19 09:51

캄보디아 육상대회 화제

여자 육상 5000m 결승전. 17분 만에 금메달이 결정됐다. 1위 선수가 국기를 어깨에 두르자 중계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경기장엔 폭우가 쏟아졌다. 중계 화면 밖에는 아직 선수가 있었다. 마침내 22분54초, 비에 흠뻑 젖은 선수가 홀로 결승선을 넘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육상선수 보우 삼낭은 지난 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5000m 결승에 올랐다. 결과는 11명 중 11위. 실시간 중계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던 삼낭의 완주가 나중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갈채를 받고 있다.

영상을 보면 이미 5분54초 전 우승자가 결정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을 때 삼낭이 홀로 뛰던 트랙에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폭우 속에서 삼낭은 눈에 빗물이 들어가도 자세를 고치고 완주에 성공했다.

22분54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삼낭은 쏟아지는 빗물과 눈물에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어 관중석에서 함성이 들리자 캄보디아 국기를 들어 올렸다.

꼴찌로 경기를 마친 삼낭은 "인생에서 우리가 조금 느리든 빠르든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결승선을 넘으려고 노력했다"며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AFP에 말했다.

/사진=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삼낭은 수도 프놈펜의 변두리에 있는 중학교에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다. 시설은 빈약했다. 가진 것은 운동화 한 켤레였다. 트랙이 아닌 흙길에서 뛰어야 했다. 2016년도가 돼서야 국가대표 육상 프로그램에 합류해 지원받을 수 있었고 5년 뒤에는 주요 선수에도 포함됐다.

다만 경기 당일 오랫동안 앓았던 빈혈이 도졌다. 삼낭은 "트레이너가 몸이 안 좋으니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경주를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캄보디아를 대표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 우승하지 못해 실망했지만서도 한편으로 기뻤다"며 "(많은 사람이) 나를 격려해줬다"고 했다.

한편 이번 동남아시안게임 개최는 내전과 집단학살로 많은 역경을 겪었던 캄보디아에 큰 의미가 있다고 AFP는 전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삼낭에게 1만달러(약 1300만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노동자 하루 일당은 평균 10달러(약 1만3000원) 꼴이므로 삼낭은 그 1000배 가량 받는 셈이다. 삼낭은 포상금으로 홀로 남은 어머니의 빚을 갚고 자기 교육비로 쓰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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