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없는 찐빵' 대체거래소, 한국거래소와 경쟁 될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3.05.18 16:20
주식 매매 호가 세분화를 통한 경쟁 우위를 내세웠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기존 방침을 바꾸고 한국거래소와 동일한 호가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신 새로운 주문 유형 도입과 거래시간 연장 등을 추진 중인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설립이 추진되는 대체거래소인데 한국거래소와 차별화한 경쟁력이 부족해 경쟁 체제 도입이 무의미해 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최근 주요 투자사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업무설명회를 열고 그 동안 설립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첫 창립총회를 열고 조직을 정비한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에는 금융감독원에 예비인가를 접수하고 본격적인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의 증권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거래소다. 지난 68년 간 한국거래소가 독점해 왔던 증권매매기능을 일부 대체거래소가 맡게 되면 경쟁 체제의 도입으로 인해 거래속도 개선, 유동성 증가, 거래비용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체거래소 역시 한국거래소보다 경쟁 우위를 나타내겠단 포부로 여러 차별화한 거래 시스템을 내세웠다. 그 중 하나가 매매 호가 세분화다. 현재 거래소의 7단계 호가보다 더 촘촘한 호가 체계를 도입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단 계획이었다.

호가는 주식 매매를 위한 최소한의 가격 단위다. 현재 주식 가격대별 호가는 △2000원 미만은 1원 △2000~5000원은 5원 △5000~2만원은 10원 △2만~5만원은 50원 △5만~20만원은 100원 △20만~50만원은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이다. 예를들어 주가가 6만원대인 삼성전자는 매매 주문을 할 때 100원 단위로 할 수 있다. 한 주당 70만원이 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00원 단위로 주문해야 한다.

호가 단위가 촘촘해질수록 거래 비용은 감소하고 유동성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시장의 가격발견기능도 더 강화된다. 매도호가 10만500원, 매수호가 10만원인 경우보다 매도호가 10만300원, 매수호가 10만200원인 경우가 거래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설립 초기 준비 단계에서 호가 세분화를 통해 거래량을 늘리면 수수료 수익 증가로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투자자(증권사)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에서는 당초 설명과는 달리 호가 단위를 거래소와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쟁 격화 우려와 추가 비용 부담 문제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서 경쟁 격화 우려가 있고 한국거래소도 최근 호가 단위를 일부 세분화해 우리도 일단 동일하게 적용하고 세분화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며 "별도의 호가 단위를 적용하려면 증권사들이 추가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넥스트레이드는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시장가호가라는 새로운 주문 유형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간가호가는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의 중간 가격으로 체결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톱호가는 지정가나 시장가 중 유리한 가격으로 체결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호가 세분화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부담이 있다.

한국거래소가 갖고 있는 주문 유형인 조건부지정가주문과 경쟁대량매매주문 기능은 없다. 일명 다크풀(dark pool)이라 불리는 경쟁대량매매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기관의 대량매매에 필요한 주문 방식인데 거래소의 필수 주문 유형 중 하나로 꼽힌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화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인데 거래소와 차별성이 없어 보여 다소 의아하다"며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의 차별화 중 하나로 거래 시간 연장도 내세웠지만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인 정규 거래 시장을 오전 8시30분부터 밤 11시59분까지로 연장하겠단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오후 3시30분에 장이 끝나면 이후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거래 시간을 밤까지 연장할 경우 해당 업무를 위한 시간이 부족해진다"며 "1물1가(하나의 종목은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돼야 한다는 원칙)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대체거래소만 거래시간을 연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주문 집행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구축 문제도 있다. 최선집행이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이를 기존 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중 보다 유리한 조건이 제시된 쪽으로 주문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는 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간 통합시세 산출과 이를 SOR에 연동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제3기관을 통한 통합시세 산출과 각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통합시세를 산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경쟁 우위로 내세우는 거래 속도나 수수료 비용 절감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원칙은 한국거래소보다 빠르고 더 저렴하게 거래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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