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딱지 억울함 해소 나선 검찰…납북어부 100명 직권재심 지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3.05.16 11:0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스1

대검찰청이 1968년 동해에서 어로 작업을 하다 납북된 뒤 귀환해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어부 100명에 대한 직권재심 절차에 착수하라고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16일 밝혔다. 납북 후 귀환과 관련해 형사처벌된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에서 직권으로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첫 사례다.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 100명은 1969년 5월 28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피고인들이다. 이들은 귀환 후 석방될 때까지 장기간 구금됐고 출소한 뒤에도 반공법 위반 낙인이 찍혀 정상적 사회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150명 중 147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송치돼 149명이 반공법 위반(탈출)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명은 1심 재판 중 사망해 공소 기각됐다. 149명 중 17명은 징역 1년 실형을, 나머지 13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3∼7개월 간 구금 후 석방됐다. 대검은 검찰이 이미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9명, 피고인과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40명, 사망자 1명을 제외한 100명의 사건을 검토해 모두 불법구금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 절차를 수행하면서 피고인이나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납북귀환어부는 동·서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돼 북한에 체류하다 귀환한 선원을 말한다. 1953년 7월 군사정전협정 체결 후 1987년까지 납북된 어선은 459척, 선원은 3648명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직권재심 청구 확대를 지시하는 등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과거사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여왔다. 이 총장은 지난 4월14일 납북귀환 어부 사건 피해자들이 낸 진정에 대해 "진정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접수된 진정서를 춘천지검으로 송부했다"며 "춘천지검 공판을 비롯해 속초, 강릉 등 납북귀환어부 관련 재심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조치 등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검찰청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무죄 구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릉지청은 지난달 17일 강릉지법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 재판에서 반공법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 김진용씨와 김용태씨(66)에 대해 무죄를 구형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검도 같은 달 13일 김춘삼씨(70) 등 32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구형해 이달 12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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