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니 당황스러워요"
홈쇼핑 업계가 점차 사양 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친 규제'를 꼽는다.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모호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홈쇼핑 사업자에 강제하고 있는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 규제가 겹치면서 홈쇼핑 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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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성장 걸림돌은 '방송심의'…"애매모호한 규정 고쳐야"━
실제 지난달 SK스토아는 '백종원의 골목맛집 프로젝트 어머니의 옛날팥죽' 판매방송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로고를 반복 노출해 심의 규정 제18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인 '권고' 제재를 받았다. 방심위 심의는 제재 수위에 따라 △문제없음 △의견제시 △권고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으로 나뉘는데, 주의부터 법정 제재 단계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SK스토아가 받은 권고는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할 경우 법정 제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홈쇼핑사 생존과 직결된 문제란 의미다. 하지만 규정 내에 '반복 노출'에 대한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 향후 유사한 사례로 법정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 성향에 따라 비슷한 안건이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 없이 심사위원 성향, 당시 여론에 따라 제재가 달라지다 보니 홈쇼핑사로서는 항상 불안한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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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홈쇼핑 업계 VS 승승장구 '라이브커머스'━
이렇게 홈쇼핑사가 방송심의로 골머리를 앓는 사이 경쟁사의 '라이브커머스' 사업은 틈새를 비집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업계 1위로 불리는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출시 1년 만에 거래액 2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년이 채 안 돼 거래액 1조원을 뛰어넘는 등 급성장 중이다.
홈쇼핑과 동일하게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분류되면서 보다 자유로운 상품 홍보·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종 미사여구로 상품 구매를 유혹하는 라이브커머스에 더 끌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홈쇼핑사들도 라이브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작 본업인 TV 생방송이 이렇다 할 힘을 못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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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내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중 평균 70% 수준…"비중이라도 줄여 달라"━
실제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TV홈쇼핑 7개 사의 중소기업제품 편성 비중은 70.7% 수준이다. 홈쇼핑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 홈쇼핑사 중에선 롯데홈쇼핑이 70%로 가장 높고 공공성격의 홈앤쇼핑은 80%, 공영홈쇼핑은 100%다. 이 경우 상반기에 객단가가 높은 대기업 가전 제품을 팔게 되면 하반기에는 사실상 중소기업 제품만 팔아야 하는 셈이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제품이 잘 팔려 대기업이 되면 홈쇼핑에서 판매가 어렵게 된다"며 "홈쇼핑이나 중소기업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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