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석 달간 일을 쉬어 병원비·공과금·대출금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약 300만원의 본인부담금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산재보험에 가입했지만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혜택은 받지 못했다. 최씨는 "라이더 일이 그날 벌어 그날 쓰는 직업인데 다섯 달 가까이 일을 못 하니 아주 힘들었다"라며 "지금도 가족들에게 생활비는 못 주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때 버팀목이 돼 준 게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이다. 병원 내 의료사회복지사에게 기금을 소개받은 후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카카오톡으로 의료비를 신청한 후 일주일 만에 약 300만원이 지급됐다. 준비서류도 복잡하지 않았다.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최씨는 "배달의민족 소속도 아닌데 지원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이후 배달이 일상이 됐지만, 정작 라이더가 사고 났을 때 보호해줄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동안 산재보험은 전속성 요건을 충족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었던 데다(개정안 오는 7월 시행), 민간상해보험 가입률도 낮고 지원받기도 어려워서다.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 지원을 받은 라이더 절반이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한 적 있다'라고 답했다.
최씨는 "라이더는 특수고용직이다 보니 사고가 나거나 질병이 생겼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아무것도 없다"라며 "돈이 없어 치료를 안 받고 그냥 일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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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적어도 지원은 '제로'…복지 사각지대 갇힌 라이더━
지난해까지 3년간 193명에 총 8억4486만원을 지급했다. 1인당 447만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지원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1인가구로, 사고 후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월평균 수입은 146만원으로 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의 1인가구 소득(도시근로자 기준 334만원)에 한참 못미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어서 정부 지원도 못 받는다. '복지 사각지대'에 갇힌 셈이다.
기금으로 경제적 도움을 넘어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는 라이더도 많다. 실제 지원자의 88.2%가 '정서적 어려움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최씨 역시 "라이더에 대한 사회 인식이 안 좋다 보니 다쳐서도 주변으로부터 격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라며 "그런데 기금 담당자들은 배달업을 잘 알고 라이더를 귀하게 생각하는 게 느껴져 위로받았다"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지원 규모를 3억원에서 6억원으로 2배 확대하고 지원대상 라이더도 B마트 등 퀵커머스 영역으로 확대키로 했다. 김중현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장은 "라이더의 건강·안전과 생계 안정성은 배달산업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라이더들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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