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ㅣ 김우빈의 하드캐리도 살리지 못한 조의석 월드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3.05.15 09:58
'택배기사',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 SF 시리즈 '택배기사'(연출 조의석)가 총 6화의 에피소드로 공개됐다. '감시자들',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이 연출을 맡고 각본까지 직접 쓴 이 작품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데다 김우빈이 주연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았다.


이윤균 작가의 동명 인기웹툰을 영상으로 옮긴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 후 사막이 된 미래 대한민국을 그린다. 세상이 모래로 뒤덮이자 사람들은 산소 마스크 없이는 10분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산소와 물, 식량이라는 절대 권력을 가진 기업 천명그룹의 택배 배송에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사람들. 천명은 일반구역과 코어구역으로 각각 나눠 사람들을 배치해 통제했고, 이 계급 구조에 들지 못한 이들은 난민이라 불리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천명그룹 소속으로 일반구역에 택배를 배송하는 택배기사들은 택배를 노리는 약탈자들을 막아내기 위해 막강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가운데 난민 출신 택배기사 5-8(김우빈)은 '전설'로 불리는 최고의 실력자다. 난민소년 윤사월(강유석)은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 몰래 키워준 정슬아 소령(이솜)과 함께 생활하며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그리고 전설의 5-8과 조우하며 그와 난민 출신 택배기사들의 조련을 받아 택배기사 선발전에 출전한다.


'택배기사', 사진제공=넷플릭스


'택배기사'는 황무지가 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 작품으로, 앞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소재로 한 SF영화들을 연상케 한다. 사람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라는 강인하고 고독한 캐릭터는 '매드맥스', '일라이', '레지던트 이블'처럼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가공할 신체의 비밀을 지닌 소년과 합을 이뤄 계급이 나눠진 불평등한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주제의식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렇듯 매력적이고 창의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로 무장하고 창대한 포문을 연 '택배기사'는 여러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다. 우선 원작 각색까지 직접 맡은 조의석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의석 감독은 '일단 뛰어'라는 자신의 데뷔작 제목처럼 곳곳에 산재한 문제점들을 돌아보지 않고 일단 앞으로 뛰기만 하는 느낌이다.


웹툰을 실사로 옮기며 만화적인 대사가 그대로 차용돼 몰입감을 떨어뜨리며 이는 배우들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한편 기계적인 연기에 머물게 한 느낌이다. 원작에서 소녀를 소년으로 각색한 윤사월은 충동적이고 치기 어린 행동으로 위기를 불러오는 인물로 그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모으지 못한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아쉽다. 정슬아 소령을 연기한 이솜이나 홍일점 택배기사 4-1을 연기한 이이담은 무표정의 건조한 모습만으로 등장해 평면적인 인물로 남고 만다. 실력파 배우들을 저 정도로밖에 활용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택배기사', 사진제공=넷플릭스


생존 필요한 기본적인 자원을 거머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천명그룹의 후계자 류석 역을 맡아 악역을 연기한 송승헌 역시 주인공들에 대적할 치명적이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고 스토리가 헐거운 이번 작품은 6화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허덕이는 느낌이다. 대단원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지지부진하게 달려가지만 그 역시 싱겁게 끝을 내리며 지루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전혀 못하지 못한다. 허탈감만 든다.


산소 마스크를 낀 채 살아가는 모습이나 난민들의 백신 접종 장면, 뼈대만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롯데타워 등 작품 곳곳에서 우리 현실 사회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계층 간 사다리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계급사회,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택배기사의 업무 역시 현 우리네 세상과 닮아 있다. 그럼에도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한 공감이나 몰입을 불러모으지 못하는 것은 연출력의 부족 탓이 크다.


'택배기사',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번 작품의 사실적인 타이틀롤이기도 한 김우빈은 맥 빠진 작품에서 유일하게 생기있게 빛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래픽이 그려놓은 뿌연 미래만큼 무미건조한 이번 작품에서, 함께 숨을 불어넣어줄 캐릭터가 실종된 상황 속에서는 김우빈의 하드캐리도 힘에 부친다. 특유의 자신만만하고 당돌한 연기로도 전형적인 대사와 개연성 없는 흐름, 어색한 편집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외계+인'에 이어 '택배기사'도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김우빈의 매력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의 용기가 차기작에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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