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떠난 자리 '바람'으로 활기…풍력기업과 지역사회의 '윈윈'

머니투데이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 2023.05.17 06:00

[지속가능성의 경제학]⑤'지역과의 공존'이 지속가능성의 핵심인 이유

편집자주 | [편집자주] 지난달 23~24일 유럽 풍력협회 윈드유럽·덴마크 스테이트오브그린·그린파워덴마크가 주최해 덴마크에서 열린 프레스 투어 및 같은 달 25~27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윈드유럽 콘퍼런스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국에 함의를 줄 수 있는 내용들을 추렸습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 제고라는 정치적 동력·에너지 전환으로 산업 활로를 찾겠다는 경제적 동력이 맞물려 강력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올해 이 곳의 최대 화두는 풍력발전 확대를 위한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였고, 이 공급망 구축을 지배하는 의제가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추상적 구호가 아닌 시장에 의해 가속화하는 지속가능성입니다. 이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들도 직면하게 될 흐름의 일부인만큼, 이 곳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된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덴마크 홀스테브로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y)에 속한 토르스미네(Thorsminde) 항구 전경/사진제공=토르스미네 항구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이 말하는 지속가능성 '각론' 중 우선적으로 꼽히는 항목은 '지역 혜택'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만 풍력단지 인근 지역과의 공존이 사업의 핵심이란 인식이다. 중요한 건 기업이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가 기업에 공급하는 양방향 혜택이란 점이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윈윈' 하는 구조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60대 주민 대부분인 인구 320명 어촌에 생긴 60개의 새로운 일자리


독일 에너지 기업 RWE 리뉴어블의 폴 콜데빈 북유럽·폴란드·발트해 연안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윈드유럽 프레스투어 중 자사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소개하는 발표에서 첫 손에 꼽은 항목은 '지역사회 혜택'이었다. 그는 "지속가능성은 생물다양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도 물론 있지만, 우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생물다양성·순환경제·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앞서 지역사회 혜택을 '1번'으로 제시하면서다.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서는 인근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이 지역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낳는다. 가장 구체적인 모습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RWE가 2027년께 완공할 예정인 덴마크 최대 해상풍력단지 토르(Thor) 인근 항구마을 토르스미네(Thorsminde)에는 토르 건설로 약 6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주로 풍력단지 건설 관련 일자리다.

인구 약 320명의 이 곳에서 60개의 새로운 일자리는 큰 변화다. 현재 토르스민데의 어업 관련 일자리가 약 40개인데, 이를 단번에 뛰어넘는 수치다. 어업이 활발하던 1980년대 100척에 육박했던 어선이 15척으로 줄고 인구가 정점대비 3분의 1로 감소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예고한다. 리셋 쇤더비 토르스미네 항구 책임자는 머니투데이에 "주민 대다수가 60세 이상인 이 곳에서 6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풍력 산업이 만드는 일자리의 특수성도 지역사회로서는 매력적이다. 산업의 특성상 창출되는 일자리의 수명이 오래 가고 유관산업으로 확산되는 효과가 커서다. 지난해 토르 프로젝트 운영 및 유지보수(O&M) 항만으로 토르스민데를 낙점한 RWE는 이 O&M 기지를 최소 30년간 사용한다. 풍력발전기의 터빈 수명인 20~30년 동안 꾸준히 유지보수를 위해 기술자를 태우고 부품을 운송할 항구가 필요해서다.

RWE 리뉴어블의 폴 콜데빈 북유럽·폴란드·발트해 연안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윈드유럽 프레스투어 중 자사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항만 서비스·제조업에 에너지 …공급망 타고 더 늘어나는 일자리


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광범위한 공급망에 의존한다는 점은 다양한 항만 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 제조업 기반 확대로도 이어진다.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의 경우 해상풍력 단지 건설 및 O&M을 위한 특수한 항만 서비스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기존 석유·가스 관련 항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인력이 자연스럽게 해상풍력 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비에르는 1970년대 덴마크 북해에 유전이 발견된 후 석유·가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항구다. 2010년대 저유가 등으로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자 해상풍력 배후항만 역할을 확대했고, 이 덕분에 고용 규모도 꾸준히 유지했다. 석유·가스 서비스와 해상풍력 관련 업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이행도 수월했다. 에스비에르시를 포함한 에스비에르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y)의 일자리 4분의 1이 에너지 관련인데, 올해 기준 풍력 에너지 기업의 일자리가 4000개 이상이고, 풍력과 석유·가스 사업을 함께 하는 기업의 일자리도 4000명대다. 3000명대인 석유·가스 에너지 기업의 일자리를 앞선다.

풍력 발전단지를 지을 때 다양한 제조업에 의존한다는 점은 풍력단지 인근 제조업 생산시설 신설·증설로도 이어진다. 풍력터빈은 수천개의 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양한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예스퍼 프로스트 라스무센 시장은 지난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터빈 제조사 외에 "공급망의 다양한 부분에 있는 여러 부품 회사들이 에스비에르에 공장을 지어 왔다"며 "에스비에르는 풍력산업과 관련한 전체 공급망을 가지고 있고 도시가 업계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했다.

이런 생산시설을 풍력단지 인근에 만드는 건 기업도 바라는 점이다. 운송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외국 풍력 개발사가 다른 국가에 진출할 때 진출하는 지역(local)에 제조업 시설을 짓는 걸 선호하는 이유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덴마크 그린 투자 펀드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의 톨슨 스멧 부회장은 지난달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진출 시 CIP가 얻는 이점에 대해 "모든 걸 유럽에서 운송하는 경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며 '윈윈' 구조를 강조했다.



가까운 곳에 공급망·노동력…기업도 좋다


주민수용성을 강화하고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외에 기업이 얻는 이익은 또 있다. 어민들이 풍력산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제공해 사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 받을 수 있어서다. 지역사회와의 공존으로 기업이 얻는 시너지다. 입찰에 명시적인 가점이 없어도 기업 입장에서 지역사회에 투자할 유인을 늘리는 요인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메인스트림리뉴어블 파워의 아미샤 파텔 글로벌 공공 업무 및 정책 책임자는 지난달 26일 윈드유럽 콘퍼런스 한 세션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에게 프로젝트 성공의 정점이 커뮤니티 및 효과적인 이해관계자의 참여"라며 이런 점을 강조했다.

파텔 책임자는 "재생에너지 개발 기업에게는 강력하고 신속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현지에서 그 인재를 성장시켜 프로젝트가 개발되는 지역의 지식을 실제로 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기존 육상풍력단지 개발 사례에서 커뮤니티 혜택이 프로젝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기준에 의해 (입찰에)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친밀한 원동력으로서 존재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업체로서 우리는 이를 경쟁우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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