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제도는 30년 가까이 시행되며 끊임없이 개선됐다. 그런데 왜 어린이 교통사고를 완전히 막지 못할까.
최근 전국의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스쿨존. 초등학교 2학년 조은결군이 신호를 위반해 우회전하던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지난달 8일 대전 서구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에 치여 배승아양(9) 등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던 A군(9)이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스쿨존은 1995년 '도로교통법'에 담겨 적용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2019년 김민식군 사고 이후 일어났다. 그해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김군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국민적 분노와 엄벌 요구가 강하게 일었다. 이에 어린이보호구역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손봤다. 이른바 민식이법이다.
그러나 잇따른 사례들은 민식이법으로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명 운전자들이나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으킨 건 맞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스쿨존 사고이긴 하지만 음주운전·과속이 아닌 일도 발생한다. 지난달 28일 아침 부산시 영도구의 한 스쿨존에서 등교하던 황예서양이 숨졌다. 비탈길 위쪽에서 굴러 내려온 1.7t짜리 대형 원통 화물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제도개선 방향이 어때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엄벌주의와 맞물려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혹 사고가 생겨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장치가 시급하다.
당장 스쿨존만큼은 튼튼한 펜스나 분리대, 보호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 부산 영도구의 그 스쿨존에 펜스가 있기는 했지만 빠르게 굴러가는 화물의 속도와 무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엔 인도·차도 구분 시설물이 사실상 노란 표시선밖에 없는 스쿨존 도로가 부지기수다.
서울시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은 2021년 '어린이 보호구역 강화에 따른 서울시 스쿨존 제도 운영 개선방안'(연구자 이신해·정상미)을 제출했다. 보고서는 "조업 차량이 많은 상공업 지역"을 설정해 속도를 관리하는 방안도 담았다. 서울시 연구이기는 하지만 학교출입구가 이면도로에 연결되거나 조업 차량이 학교주변을 수시로 지나다니는 상황은 전국 어디나 비슷할 것이다.
아울러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일부 스쿨존에 차 없는 보행 전용도로를 지정하는 등 아예 사고가 벌어지지 않게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대책을 고민해야지, 민식이법 무용론 따위를 제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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