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원 2배 '다닥다닥'…교정시설 10곳 중 6곳 '콩나물 시루'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3.05.14 08:00

[MT리포트]'범죄와의 전쟁' 다음이 비었다①11년째 과밀화 해소 못하는 교정시설

편집자주 | 정부가 마약·주가조작·흉악·조직범죄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면서 교도소 과밀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교도소 과밀은 인권 차원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범죄자 가석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1980년 2만5000명을 살짝 밑돌던 미국 연방교도소 수감인원이 2010년 21만 명으로 700% 상승하며 교도소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도 600% 증가했다. 2014년 미 법무부 예산의 4분의1이 넘는 69억 달러(9조2100억 원)가 연방교도소 관련 비용으로 투입될 정도로 교도소는 어느새 '돈 먹는 하마'가 됐다.

1971년 닉슨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마약범죄 법정형이 높아져 장기 수형자가 늘어났고, 연방법 위반자들의 재범률이 50%(2019년 기준)를 넘어서며 생긴 일이었다. 심각한 시설과밀화로 범죄자들은 제대로 된 교정·교화를 받지 못한 채 출소해 재수감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사회안전망의 위기로 되돌아왔다. 미국이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춰 교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닉슨이 전쟁을 선포한 지 반세기 가량 지난 2018년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와의 전쟁'이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처럼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격리만 강조돼 시설 과밀화를 방치할 경우, 재사회교육을 가로막고 재범률을 증가시켜 결국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해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33곳(61.1%)이 수용정원을 초과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 대비 수용자 비율이 130.8%로 가장 높다. 정원 610명인 시설에 798명이 수감됐다. 6평 남짓한 수용거실(생활공간)에 정원의 약 2배 인원이 수감됐다. 창원교도소(125.2%), 대전교도소(124.9%), 제주교도소(120.4%) 서울동부구치소(118%) 등도 대표적인 과밀시설이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2021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1200여명이 확진됐던 것도 과밀 문제와 무관치 않다.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률이 99.5%를 기록한 2012년 이후 11년 째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은 감방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지적받는 문제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과밀수용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인당 2㎡ 미만 공간에 수용된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16년 121.2%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4%까지 다소 줄어든 상태다. 2020~2021년 교정시설 내 코로나 확산으로 법무부가 가석방을 적극 시행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로 구속수사와 법정구속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설 신축·이전이 문제 해결의 정공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교정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지역주민의 반대가 거센 편이다. 부산에서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지어진 지 50년 안팎에 달한 데다 과밀수용 문제까지 겹쳐 10여년 전부터 이전 논의가 진행됐지만 주민들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교정시설 신축을) 반대하기 때문에 시설 하나 짓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교정시설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라 과밀수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과밀화 문제해결과 교정·교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실무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인권존중 및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용자 처우 법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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