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오는 14일 하원 의원 500명을 선출하는 총선거를 치른다. 의원내각제를 따르는 태국은 상원 250석, 하원 500석을 합친 750석 중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총리선출권을 갖게 된다. 상원 250석은 2019년 군부가 지명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으며 아직 임기가 남았다. 반군부 연대가 총리선출권을 가지려면 하원 500석 중 무려 376석을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군부 연대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추종하는 진보 성향 기성정당 '쁘어타이 당'과 신생 '전진당'의 연합으로 출범했다. 전진당은 지난 2020년 태국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 명령을 받았던 신미래당의 후신으로, 왕실과 군부정치 개혁, 민주화를 갈망하는 2030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왕실을 모독한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형법 112조를 철폐해야 한다는 구호 아래 결집했다.
전체 지지율만 보면 쁘어타이당 지지율이 압도적이나, 연령별로 따지면 사정이 다르다. 18~30세에서 전진당 지지율은 50.2%로 압도적이다. 30~51세에서 44.59%, 52세 이상에서 44.92%의 지지율을 보유한 쁘어타이당이 하원 376석을 획득하려면 전진당의 2030세대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아무리 많아도 단독으로 310석 이상은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쁘어타이당의 중론"이라며 "(전진당과) 연합해야 하원 376석 획득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쁘어타이당과 전진당 사이 균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원 500석 중 100석을 차지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쁘어타이당은 유권자들에게 전략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전진당 대신 쁘어타이당에게 표를 몰아 최대한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전진당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패통탄이 총리에 오른다면 탁신 전 총리의 귀국을 주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후 부패 혐의를 받게 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탁신 전 총리가 귀국한다면 중산층,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왕실 지지층의 극렬한 반발과 함께 정국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탁신 전 총리는 농민, 빈민층 복지정책에 상당량의 재정을 투입했는데, 이로 인해 빈민구제를 국왕 고유영역으로 여기던 태국 왕실과 중산층의 반발을 샀다.
블룸버그는 군부가 14일 선거에서 패할 경우 또 다시 쿠데타를 조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연합태국국가당의 쁘라윳 찬오차 총리와 팔랑쁘라차랏당의 쁘라윗 옹수완은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현재 두 사람은 정적 관계이나, 군부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할 수 있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군부, 왕실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연합태국국가당은 "야당이 승리할 경우 태국은 갈등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성향 정당 타이팍디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왕실은 태국의 정신적 지주"라며 "왕실이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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