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으로서…" 13살 소녀가 버핏에게 던진 질문은?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5.13 09:31

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⑥

편집자주 |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버핏에게 질문하는 13살 소녀 다프네 /사진=CNBC 유튜브 캡쳐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워런 버핏(93) 버크셔 회장과 찰리 멍거(99) 부회장이 주주들의 온갖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면서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 축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주주 가이드북에도 아예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 연례 주주 페스티벌'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는 전 세계에서 온 4만명이 넘는 주주들이 참여했습니다.



3일간 개최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사진=CNBC 유튜브 캡쳐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주주총회는 첫째 날 버크셔 제품의 쇼핑데이로 진행되며 둘째 날 공식 주총을 개최하고 마지막날 오전에는 5㎞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참고로 마라톤 대회 명칭도 '자신에게 투자하세요(Invest in yourself)'입니다. 역시 버크셔 해서웨이답습니다.

둘째 날 일정도 독특합니다. 오전 9시15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다시 2시간 30분의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5시간 넘게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에야 공식 주주총회를 1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주주 대부분이 주총 안건보다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기 위해 참석하기 때문에 순서를 이렇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사실 버크셔 주총에 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50만달러에 육박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주가 아니라 320달러(약 43만원)인 클래스 B주 한 주만 있어도 주주총회 입장권을 4장 받을 수 있습니다. 오마하가 너무 멀다면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버크셔 주주총회를 실황 중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의 질의응답은 5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으며 버핏과 멍거는 전 세계에서 참석한 주주들이 던진 약 50개 질문에 답변했는데요. 버크셔 주주들은 보험사, 철도회사를 자회사로 가졌을 뿐 아니라 애플에도 투자한 버크셔 사업과 은행 위기, 달러의 지위, 미중 관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버핏과 멍거의 답변은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현장/사진=블룸버그
그리고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주주와 베키 퀵 CNBC 앵커가 이메일로 받은 것 중 선별한 질문을 번갈아 던지는데요, 버핏과 멍거는 질문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듣고 바로 답변합니다. 심지어 버핏은 주주와 베키 퀵한테 어려운 질문을 맘껏 던져보라고 주문하는데요, 30~40년 전 수치까지 정확하게 인용하는 버핏을 보면 절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살 소녀가 던진 '탈달러화'의 위기


이날 가장 어린 질문자는 13살 소녀인 다프네였습니다. 다프네는 13살이며 이번이 6번째 버크셔 주주총회 참석이라고 말하고 나서 주주들이 박수를 보내자, 잠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질문을 이어갑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1조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면서도 계속해서 수조 달러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글로벌 주요 경제국들이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달러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까요? 버크셔는 이런 가능성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미국시민으로서 우리는 탈달러화(Dedollarisation)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버핏은 다프네한테 단상에 올라와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부탁해야 되겠다고 칭찬한 후 "우리가 기축통화이며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하기 쉽지만, 만약 우리가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한다면 요정 지니가 램프에서 나오고 난 후에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이 통화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면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는 건데요. 정확하게 믿음을 잃게 되는 선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서 달러를 위험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버핏은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회로서 부유하며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지만, 돈을 무제한 찍어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건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답변합니다.



머스크와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버핏과 멍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스1.
캐나다에서 온 주주는 찰리 멍거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난해 멍거 부회장은, 자신의 IQ가 150인데 170이라고 믿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IQ가 130인데 120이라고 믿는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같은 성공 사례를 고려해도 아직 그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에 담긴 멍거 부회장의 얘기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보다는 약간 덜 똑똑해도 차라리 과소평가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그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멍거는 "나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아주 능력이 뛰어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머스크는 최근 버크셔 주총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 중 한 명인데요, 버핏과 멍거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버핏도 머스크가 정말 뛰어나다며 IQ가 170을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멍거는 "머스크가 그의 비이성적일 만큼 극단적인 목표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일론이 지금 가진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머스크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들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합니다. 이어 멍거가 "워런과 나는 쉬운 일들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총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버핏 역시 자신과 멍거는 "머스크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끼어들자 멍거도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실패를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맞장구칩니다. 이처럼 버크셔 주주총회는 버핏과 멍거가 맞장구를 치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멍거가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면 웃음소리가 터질 때가 많습니다.

버핏은 머스크가 중요한 일들을 많이 이뤘다며 거기에는 '광신(fanaticism)'은 아닌데 비슷한 게 필요하다고 말하자 옆에서 멍거는 "광신이 맞아!"라고 응수합니다. 버핏은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는 데는 헌신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자신과 멍거에게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머스크의 생활방식을 즐길 수 없겠지만 머스크 역시 버핏의 생활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끝맺습니다.



자신의 부고를 미리 쓰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에서는 10대 주주가 여러 명 질문했는데요, 오하이오에서 온 15살의 소년은 이번이 4번째 참석한 버크셔 주총이라고 운을 떼며 버핏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당신의 연설, 인터뷰 및 글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당신의 지혜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연례 주주서한에서 실수에 관해서 언급한 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투자와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큰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시겠어요?"

질문 후에 박수가 터져나왔고 버핏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쓰고 (부고 기사에) 어울리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투자에 관해서는 먼저 절대 자신의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만약 투자를 할 돈이 있다면 절대 밤에 걱정이 될 정도의 투자를 하지는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버핏이 자신이 버는 돈보다 적게 써야 하며 만약 버는 돈보다 많이 쓴다면 빚을 지게 되고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다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대출)은 져도 되는 빚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멍거의 대답도 재밌습니다. 멍거는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해로운 사람들과 해로운 활동을 피하세요. 그리고 평생 동안 계속 학습하세요. 그리고 만족지연(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욕구 만족을 포기하는 것)을 많이 하세요. 왜냐면 그렇게 사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위에서 말한 일들을 모두 한다면 여러분은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지막에 버핏은 오늘 참석해주신 주주 여러분께 감사하며 내년에도 와 달라고 말하면서 질의응답 세션을 마쳤습니다. 5시간 넘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다 보니 버핏과 멍거가 미국 시민들에게 엄청난 봉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들은 투자, 경제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탈달러화를 걱정하는 13살 소녀, 투자와 인생에서 피해야 할 큰 실수를 알려 달라는 15살 소년, 이들이 20년 뒤 어떤 모습의 성인으로 성장할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버크셔의 주총 같은 주주총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2024년 5월 4일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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