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포기했어요…등골브레이커 된 가정의 달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최지은 기자 | 2023.05.08 05:00

고물가에 못 웃는 '가정의 달'…카네이션 구매 1/3 줄어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40대 주부 최모씨는 올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사지 않기로 했다. 10송이 정도 담긴 꽃바구니 가격이 6만원이라는 얘기에 차라리 상품권을 1장 더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이날에 7세, 5세 자녀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데도 10만원 넘게 들었다.

최씨는 "양가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아이들 장난감 사주고 식사라도 하려면 50만원은 금방 쓴다"며 "석탄일 연휴 기간에 나들이도 가려고 했는데 저렴한 곳은 예약이 꽉 들어차 나들이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높아진 물가 부담에 가정의 달이 반갑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식 물가는 물론 부쩍 오른 장난감 가격과 놀이공원 입장권 가격 압박에 가계 고민이 커진 것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3.7% 올랐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7.6% 올라 전달(7.7%)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고물가는 어린이 장난감에서도 확인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캐릭터 장난감은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5세 딸을 둔 김지선씨(35)는 "아이들 눈에 좋아 보이는 건 기본 10만원이 넘어간다"며 "아이에게는 택배 아저씨가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고 조금 더 저렴한 걸 찾느라 몇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졌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찾는 놀이공원 입장권 가격도 만만찮다. 롯데월드는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8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올렸다. 에버랜드도 연간이용권과 자유이용권 가격을 최대 15.4% 인상했다. 4인 가족이 놀이공원을 방문하면 정가 기준으로 20만원이 넘는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선물을 줄이는 가정도 적잖다. 특히 어버이날의 상징과 같은 카네이션 구매가 크게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화훼유통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한달여 동안 국내 대표 화훼 도매시장인 aT화훼(양재)에서 판매된 카네이션 수량이 10만4794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5752단)보다 28.1% 줄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온라인으로 카네이션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10송이 정도 담긴 꽃바구니가 5만9000원"이라며 "차라리 이 돈을 보태서 더 좋은 식당에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석탄일 대체휴일로 생긴 사흘 연휴가 벌써부터 고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8세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씨는 "나들이 한번에 지출하는 돈이 적잖지만 아이들 눈치에 집에만 있기도 쉽지 않다"며 "지출이 늘어 걱정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재작년에 비해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이 가정의 달을 잘 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은 가계가 다 어렵기 때문에 가족들이 즐겁게 연휴를 보낼 수 있으면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서로 이해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완구매장이 자녀들을 동반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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